[르포] "지옥불로 집어넣은 거 아냐"…텅 빈 빈소서 유족들 '울분'[한화에어로 폭발사고]

유혜인 기자,우수아 기자 2026. 6. 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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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사고로 5명 사망 '비극'…50대 가장부터 입사 3달차 20대 동기까지
손재일 대표, 두 차례 면담… "성심 다해 유족 슬픔 조금이라도 덜 수 있길"
3일 대전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폭발 사고 피해자 주검이 안치된 대전 유성 선병원 장례식장. 우수아 기자

"관성인지 타성인지 뭘 알고 작업했겠어요? 지옥불로 집어넣은 거잖아요."

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폭발 사고 사망자의 시신이 안치된 대전 유성선병원 장례식장. 신원 확인을 마치고 빈소가 차려졌어야 할 이곳에는 상조 용품과 근조 화환이 정리되지 못한 채 구석에 쌓여 있었고 조문객 대신 사고 관계자만 드나들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날 오전 희생자 신원 확인이 완료되며 시신 5구가 병원으로 안치됐지만, 유족과 사측 간 관련 협상이 미진해 빈소가 마련되지 않았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기리는 장례가 시작돼야 할 이곳에는 안녕은커녕, 차가운 적만만 내려앉았다.

접객실에 모여 있던 유족들은 수심이 깊은 표정으로 한숨만 내쉬었고, 감당할 수 없는 슬픔에 무거운 침묵만 흐를 뿐이었다.

가족의 부축을 받고 접객실을 나선 한 유족은 흘린 눈물 때문인지 눈이 부어 있었고, 아무것도 먹지 못한 듯 얼굴이 수척했다. 비틀거리며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에서 비극의 참담함이 느껴졌다.

이날 손재일 대표이사는 유족 면담을 위해 두 차례 장례식장에 들어섰다.

손 대표는 약 10분 간 면담 끝에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끝으로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재발방지대책, 장례지원에 대한 질의에는 말을 아꼈다.

그가 다녀간 후 유족들은 사측의 안내에 따라 힘겹게 몸을 이끌었다.

빈소 규모와 이용 방법 등을 안내하는 관계자의 말에 유족은 대답 없이 공간을 둘러보기만 했다. 가족이 놓일 공간을 하나하나 살피며 신중에 신중을 가했다.

유족이 공간을 둘러본 뒤 상조 물품을 나르고 제단을 설치하는 등 장례 절차가 시작되는 듯 했지만, 이내 다시 멈췄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앞)가 3일 오전 대전 유성선병원 장례식장에서 폭발사고 희생자 유족들과 면담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유혜인 기자

잠시 후 유족과 손 대표의 면담이 재차 시작됐다. 슬픔에 울분을 터트리는 유족에 손 대표는 허리 숙여 사과했다.

유족은 지난 가재웅 대전사업장장의 말을 겨냥하듯 "관성인지 타성인지 뭘 알고 작업했겠냐"며 "지옥불로 집어넣은 것 아니냐"고 울분을 쏟아냈다.

앞선 두 사고를 언급한 다른 유족은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에도 재발방지대책이 지난번과 달라진 게 없냐"며 "진짜로 (사고가) 생기면 안 되지 않냐"고 토로했다.

이어 "여기 있는 분들은 실질적인 대책을 원한다"면서 "합의가 길어지지 않게 명확한 대책, 분명한 입장을 제시해달라"고 힘겹게 말을 마쳤다.

슬픔 섞인 목소리에 옆에서 같이 듣던 다른 가족들도 함께 흐느끼며 눈물을 훔쳤다.

사고 수습에 대한 회사 역할도 언급됐다.

한 유족은 "우리가 이런 저런 제시를 하는 것보다, 회사 측의 방안을 논의해주면 생각해볼 테니 먼저 말해달라"고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유족들의 이야기가 끝나자 손 대표는 허리 숙여 사과하며 발길을 돌렸다.

손 대표는 "최대한 성심을 다해 유족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한 후 자리를 떴다.

유족들이 장례 절차를 서두르지 못하는 이유도 있었다. 일부 유족은 아직 수습과 신원 확인 절차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보고 있어서다.

한 유족은 "아직 다 정리가 안 됐다. 추가 유해 확인이 방금 됐고, 아직도 계속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나올 게 없을 때 장례 절차를 치르는 것으로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성구 재난안전대책본부는 4일 오전 유성구청 1층 로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한다. 분향소는 5일부터 25일까지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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