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용사 아버지의 정복에서 시작된 4년의 기록

"혹여라도 지나가시다가 6·25 참전 어르신들을 본다면 예우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민인애(62, 충남 태안) 태안씨사이드승마클럽 대표는 6·25 참전용사를 이야기할 때마다 '영웅'보다 먼저 '아버지'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충남 서산과 태안을 오가며 활동하는 그는 지난 4년간 지역 참전용사들을 만나 사진을 찍고, 야유회를 함께 다니고, 김치를 담가 나누며 시간을 보내왔다.
그 시작은 자신의 아버지였다.
6·25 참전용사인 아버지의 집을 찾았다가 벽에 걸린 정복을 처음 본 순간이 지금도 선명하다. 평소 조끼와 모자 차림만 보다가 정식 제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새로운 감정이 밀려왔다.
"정복이 너무 멋있길래 아버지 사진을 찍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혹여나 아버님이 돌아가시면 제가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춥지만 겨울에도 찍자 생각한 거예요."
사진작가 정주은 씨와 함께 서울 몽촌토성 앞에서 아버지의 사진을 촬영한 뒤 서산으로 내려오던 길. 민 대표는 자연스럽게 지역의 참전용사들을 떠올렸다.
"내 아버지는 매일 볼 수 없잖아요. 서울에 계시니까. 그러니까 서산에 계시는 어르신들한테 봉사를 하자라고 해서 둘이 의기투합을 하게 된 거예요."
그렇게 시작한 활동은 어느덧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정 작가는 재능기부로 사진을 촬영하고, 민 대표는 액자 제작비 등을 사비로 부담했다. 그동안 세 차례 사진전을 열었고, 어르신들과 야유회도 다섯 차례 이상 다녀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은 더 급해진다. 처음 활동을 시작할 당시 400명 가량이던 서산지역 6·25 참전용사들은 100여 분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참전용사들과의 인연은 어느새 가족 같은 관계가 됐다. 처음에는 낯선 이들의 방문을 경계하던 어르신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손을 내민다.
민 대표는 "애미야, 저거 좀 집어줘. 나 화장실 좀 가게"라는 한 마디가 가슴에 와닿는다고 했다. 자신을 편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장을 하면 김치를 갖다 드리고, 야외 나들이를 가면 휠체어를 밀어드린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의 집을 찾을 때도 많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반갑게 맞아주는 모습에 오히려 자신이 더 위로를 받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어르신도 있다. 올해 99세인 한 참전용사는 또래 어르신들과의 팔씨름에서 좀처럼 지지 않는다고 했다.
"저랑도 팔씨름을 했는데 이건 99세 어르신이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이달 충남도의회 다움아트홀에서 열리는 '나의 아버지, 나의 영웅' 특별사진전은 그렇게 만난 어르신들의 모습을 담은 기록이다. 사진 속 인물들은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켜낸 참전용사들이다.
민 대표는 "그분들이 계셨기에 지금 우리들이 이렇게 편안한 세상을 살고 있어요"라며 "근데 우리는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조금 더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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