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성큼 다가온 ‘DIFM 경제 시대’

강현철 2026. 6. 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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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논설실장
강현철 논설실장


직장인 김지영(34)씨는 최근 해외 출장 준비를 단 몇 분 만에 끝냈다. 과거 같으면 수많은 여행 앱을 켜고 최저가 항공권과 동선에 맞는 호텔을 비교하느라 며칠 밤을 설쳤을 터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에게 한마디만 건넸다. “다음 주 미국 출장 일정에 맞춰 동선이 가장 효율적인 숙소, 항공편을 예약해 줘.” AI는 김씨의 선호도와 예산 등을 분석해 최적의 옵션을 찾아냈고, 김씨가 최종 승인 버튼을 누르자 결제까지 한 번에 완료했다.

소비자가 직접 정보를 찾고 비교하는 ‘DIY’(Do It Yourself)의 시대가 저물어 가고, 기술에 모든 것을 위임하는 ‘DIFM’(Do It For Me) 경제 시대가 열리고 있다. DIFM은 인간의 개입 없이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수행하는 현상을 뜻한다. AI 에이전트(AI Agent)는 사용자가 부여한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외부 도구를 사용하며,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실행하는 지능형 소프트웨어로, DIFM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다. DIFM 경제는 고객의 서비스 접근 방식과 시장 환경은 물론 기업들의 경쟁력 우위요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DIFM 경제의 부상은 인류의 역사에서 혁신적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산업 패러다임이 재편돼온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디지털 금융의 진화와 AI 기반 패러다임 전환이 그 배경이다.

과거의 DIFM은 주로 가사 도우미, 세탁 대행, 차량 정비 등 육체적 노동을 외주화하는 오프라인 서비스에 국한됐다. 스마트폰의 보급 이후에는 수많은 플랫폼 앱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정보를 탐색하고 결제하는 ‘셀프서비스’ 중심의 디지털 DIY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금의 DIFM 경제는 차원이 다르다. 단순 노동의 대행을 넘어 ‘생각과 판단’을 기술에 전적으로 위임하는 것이 핵심이다. AI가 인간의 맥락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해 결정을 내린 뒤 실행까지 마친다. 인간은 수많은 정보의 바다 속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대신, AI가 가져온 최종 결과물에 ‘컨펌’(최종 승인)만 내리는 감독자로 위치가 바뀐다.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DIFM 경제는 고객의 서비스 접근 방식과 시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먼저 정보 탐색, 데이터 수집, 가격 비교 등 복잡한 탐색 과정은 AI 에이전트가 수행하고, 고객은 그 결과에 대해 최종 승인을 내리는 구조로 소비자의 구매 여정 프로세스가 압축된다. 또 대부분의 거래와 협상이 AI 에이전트 간 상호작용으로 이뤄지는 에이전트간 거래(A2A, Agent-to-Agent) 경제가 활성화돼 상거래 방식을 재편한다. AI 에이전트는 향후 2~3년 이내 연구개발(R&D), 마케팅·세일즈, 경영지원, 조달 분석등 밸류체인 전반에 영향을 미쳐4 연간 3조달러 규모의 기업 생산성 제고가 기대되고 있다.

DIFM 경제의 도래는 기업들에게 거대한 도전이자 기회다. 무엇보다 마케팅과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이 통째로 뒤바뀌고 있다. 기존의 마케팅은 인간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화려한 UI/UX(사용자 환경/경험)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했다. 검색광고 상단에 노출되거나 매력적인 배너를 보여주는 것이 매출과 직결됐다.

하지만 DIFM 시대의 1차 소비자는 인간이 아닌 ‘AI 에이전트’다. AI 에이전트는 감성적인 광고나 화려한 그래픽에 흔들리지 않는다. 철저하게 구조화된 데이터, 가격 경쟁력, 신뢰성 높은 평판 인터페이스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비교를 수행할 뿐이다.이에 따라 기업들은 이제 인간이 아닌 ‘AI에게 선택받기 위한 최적화’(AEO·AI Agent Optimization)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상품 정보와 서비스 API가 AI 에이전트 시스템에 얼마나 매끄럽고 정확하게 연동되는지가 시장 생존의 유일한 열쇠가 된 것이다. 소비자의 눈에 띄는 브랜드보다, AI 시스템 내부에서 가장 먼저 추천되는 브랜드가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다.

이미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식료품 구매, 출장 관리, 일상 생활 영역에서 AI 에이전트가 탐색부터 결제, 실행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DIFM 서비스를 상용화 중이다. 북미 최대 식료품 배달 플랫폼인 인스타카트(Instacart)는 챗GPT 대화창에서 식단 추천부터 식재료 선택, 결제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기업 출장 및 경비 관리 플랫폼인 나반(Navan)은 대화형 AI 비서를 통해 출장 예약, 결제, 경비 정산의 전 과정을 평균 7분 이내 끝마쳐준다.

글로벌 금융사들 또한 대화형 비서, 자산관리(WM) 영역에서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DIFM 경제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DIFM 경제 전환을 위해 단순한 AI 기술 도입을 넘어 리스크 통제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용 영역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취한다. 동남아시아 최대 은행인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비자와 협력, AI 에이전트가 카드사 결제 인프라를 활용해 고객 대신 결제를 처리하는 에이전틱 커머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에이전트 경제의 운영 표준을 선제적으로 구축함으로써 향후 에이전트 간 거래(A2A) 환경에서 신뢰 인프라로서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금융사인 캐피털원(Capital One)은 AI 에이전트 기반 ‘챗 컨시어지’(Chat Concierge)를 활용해 차량 비교, 금융 옵션 탐색, 시승 예약 등 복잡한 구매 여정을 단일 대화로 압축해 서비스한다. 미국의 투자 플랫폼인 퍼블릭(Public) 또한 AI 에이전트가 투자 전략 수립부터 실행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물론 DIFM 경제가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에 대한 극단적인 위임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동반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신뢰’와 ‘보안’이다. 자산관리나 개인정보가 담긴 일상 과업을 AI에 온전히 맡기기 위해서는 보안이 전제돼야 한다. 만약 AI가 편향된 데이터로 인해 잘못된 소비 결정을 내리거나, 금융적 손실을 입혔을 때의 책임 소재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KB경영연구소는 DIFM 경제는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제고할 기회 요인이지만 레거시 시스템과 규제, 신뢰성 확보 등 제약 요인도 공존하고 있다며, 본격적 DIFM 경제의 도래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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