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젠슨 황 ‘윈비디아’ 시대 선언… AI 새판짜기 ‘韓 패싱’ 경계해야

2026. 6. 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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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부스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로이터 =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공지능(AI)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빅테크의 영토 확장이 마침내 ‘윈비디아’(Winvidia)라는 새로운 독점 괴물의 탄생을 예고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대만 ‘컴퓨텍스’ (COMPUTEX) 박람회에서 주창한 이 새로운 ‘AI PC’ 동맹은 과거 PC 시대를 지배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의 ‘윈텔’ (Wintel)체제를 대체하며 인류의 컴퓨팅 환경을 AI 에이전트 중심으로 통째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소프트웨어 권력인 MS의 윈도우와 하드웨어 왕좌인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가 결합한 이 거대한 합종연횡은 글로벌 AI 산업 생태계의 헤게모니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이 거대한 ‘새판 짜기’ 구도 속에서 대한민국의 입지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글로벌 AI 붐에 힘입어 현재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도 이런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라는 우려다. 냉정하게 말해 한국은 지금 미국 빅테크들이 주도하는 고차방정식의 중심이 아닌, 변방의 단순 부품 공급처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이는 언제든 대체 가능한 기술 권력의 하부 구조일 뿐이다. 삼성전자는 AI PC 출시 파트너 명단에 빠져 있다. 또 엔비디아가 미디어텍, MS와 협력해 발표한 차세대 소비자용 AI PC 프로세서(슈퍼칩)인 ‘RTX 스파크’ 제조에서도 제외된다. ‘RTX 스파크’ 제조는 TSMC와 미디어텍 생태계로 흘러간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빅테크들이 엔비디아 독점을 깨기 위해 자체 AI 칩 개발에 속도를 내고 퀄컴 등과 손을 잡는 순간, 한국의 메모리 독점 체제 역시 언제 흔들릴지 장담할 수 없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추격 또한 무서울 정도다.

더 심각한 것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부문의 ‘AI 주권’(Sovereign AI) 상실이다. 윈비디아가 설계한 운영체계(OS)와 칩셋 생태계에 국내 AI 인프라가 종속된다면, 대한민국은 미래 성장 동력의 열쇠를 통째로 저당 잡히게 된다. 우리만의 언어와 문화, 보안을 담아낼 독자적 AI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하면 거대한 플랫폼 통행료를 내며 눈치만 보는 처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AI 질서가 재편되는 이 골든타임에 대한민국이 소외되는 ‘AI 패싱’은 곧 국가 경제의 퇴보를 의미한다.

정부와 기업은 지금의 반도체 특수에 취해 있을 시간이 없다. 젠슨 황의 거대 AI 전략에만 기댈 게 아니라 구글·메타·아마존 등 반(反)윈비디아 전선의 빅테크들과도 ‘우회 동맹’을 넓혀야 한다. 가성비 높은 국산 추론용 반도체(NPU)와 경량화 AI 모델(sLLM)을 결합해 틈새시장을 치고 나가는 전략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미국·일본·대만 등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자국 중심의 AI 생태계를 굳히는 동안, 우리 정부는 규제 완화와 전력 인프라 지원조차 제때 못하며 민간의 발목을 잡고 있지는 않은지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젠슨 황은 AI 에이전트 시대 국가 파트너로 고국인 대만을 꼽는다. 대만의 성장률이 한국의 서너배에 달하는 건 엔비디아와 그 후원자인 TSMC 덕분이다. 윈비디아가 쏘아 올린 AI 지각변동은 우리에게 생존을 건 시험대다. 정부와 민간이 원팀이 돼 글로벌 생태계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거대한 AI 권력 재편의 구경꾼으로 전락할 것이다. 젠슨 황의 윈비디아판 AI 새판짜기에서 패싱당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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