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교전 확대, 쿠웨이트 공항 큰 피해… 종전 협상은 교착 상태

이정혁 2026. 6. 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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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조선 공격·케슘섬 공습… 이란도 미사일
쿠웨이트 민항청 "부상자 다수, 터미널 손상"
루비오 "제재, 호르무즈 아닌 우라늄과 연계"
호르무즈 움켜쥔 이란 "해협 통과 신청 300척"
구체적인 위치가 알려지지 않은 중동 지역의 한 미군 기지에서 1일 미 육군 방공포병이 패트리엇 방공미사일을 점검하고 있다. 미 육군 제공

미국과 이란 사이 휴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양측이 공습에 공습으로 답하며 교전이 확대되고 있다. 미사일·드론을 동원한 이란의 공격에 애꿎은 쿠웨이트 공항에도 불똥이 튀었다. 부상자가 다수 발생하고, 당분간 항공편 운영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과 이란은 서로 자신의 요구를 수용하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미국이 이란의 핵 개발 포기 없이는 제재 해제도 없다고 못 박고,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재차 과시하고 나서면서다.


공격 주고받다가 민간 시설에 불똥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쿠웨이트 민간항공청은 3일(현지시간) 이란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으로 쿠웨이트 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여러 명의 부상자가 나오고 심각한 건물 피해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드 압둘아지즈 알오타이비 쿠웨이트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공격을 "이란의 범죄적인 침략행위"로 규정하며 강력히 비판했다.

이날 쿠웨이트 공항 공격은 미국과 이란이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전날 늦은 오후 페르시아만을 항해하던 보츠와나 선적 유조선 렉시호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중부사령부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해당 선박은 (이란의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으로 이동 중이었으며, 거듭된 경고에도 24시간 동안 미군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란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의 렉시호 공격을 "침략행위이자 호르무즈해협 규칙 위반"이라 칭하며 "미국과 시오니스트(이스라엘을 지칭)가 운용하는 선박 파나야호에 공격을 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혁명수비대는 중부사령부의 발표 직전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제 거점인 케슘섬 남부에서도 폭발음이 발생했다면서 "바레인에 위치한 제5함대 사령부와 역내 한 국가에 위치한 미국 공군기지를 공격했다"고 알렸다.

직후 미국의 반격이 또다시 이어졌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이 중동 전역에서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해 공습에 나섰다"며 "미군은 (이란이) 민간 선박을 향해 발사한 3발의 드론을 격추하고 케슘의 이란군 지상 통제 기지에 대해 자위적 공습을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미군은 "추가 드론 공격이 쿠웨이트 주둔 미군을 겨냥했음에도 미군 병력의 피해는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민간 시설 피해는 막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외교 협상 과정은 지지부진

잇단 무력 충돌 속 종전을 향한 외교적 움직임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2일 "잠정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한 미국과 이란 간 메시지 교환이 며칠 동안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대화는 4일 전에도, 3일 전에도, 이틀 전에도, 어제도, 오늘도 계속됐다"며 보도 내용을 직접 반박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리지 않았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인근의 더크슨 상원 사무청사에서 열린 연방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미국은 호르무즈해협 개방만으로는 대(對)이란 제재를 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일 연방의회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호르무즈 개방을 대가로 제재 해제를 건넬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그런 논의는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이란 제재는 고농축 우라늄 때문이고, 만일 이란이 이러한(핵 개발) 활동을 포기하는 데 동의한다면 합의 이행과 준수 여부에 따라 제재가 완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핵 문제 해결이 제재 해제의 유일한 조건이라는 루비오 장관의 발언은 '60일간 휴전 및 해협 개방 후 핵 협상'으로 정리되던 미국·이란 간 MOU 협상 틀이 자칫 '이란 핵 개발 저지'라는 최우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맹탕 합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여당 공화당 내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핵 프로그램 논의에 앞서 제재 해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이란의 기존 입장과 대치되는 만큼 이란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불분명하다.

1일 오만 무산담 반도에서 바라본 호르무즈해협 해상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무산담=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은 자신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협상 카드인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더 세게 움켜쥐고 있다. IRGC는 2일 성명을 통해 "지난 24시간 동안 총 24척의 선박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항료 수취를 위해 설립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도 "지난 한 달간 300척가량의 외국 선박이 해협을 통과하려고 정보를 제출했다"며 "전쟁이라는 제한적 상황에서 PGSA는 적대국 선박에는 통항 허가를 발급할 수 없고, 동맹국 선박의 통항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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