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다음 무대는 현실"…빅테크 ‘피지컬’ 전쟁 서막 [컴퓨텍스 2026]

이상현 2026. 6. 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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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넘어 로봇·자율주행·산업현장으로
엔비디아·NXP 등 차세대 컴퓨팅 청사진 공개
라파엘 소토마요르 NXP 최고경영자(CEO)가 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센터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 기조연설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제 AI의 다음 무대는 현실 세계입니다."

라파엘 소토마요르 NXP 최고경영자(CEO)는 3일 대만 타이베이 난강전시센터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 기조연설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인공지능(AI) 산업의 무게중심이 데이터센터와 생성형 AI에서 현실 세계로 옮겨가고 있다. 지금까지 오픈AI의 '챗GPT'와 구글의 '제미나이' 등으로 대표되는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가 시장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로봇과 자율주행차, 무인 공장 등이 빅테크 업체들의 새로운 전장으로 부상했다.

컴퓨텍스 2026에서는 이런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엔비디아와 NXP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각각 에이전틱 AI(자율형 인공지능)와 피지컬 AI(물리적 인공지능)를 내세우며 차세대 AI 생태계 청사진을 제시했다.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AI가 데이터센터를 벗어나 현실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먼저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1일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열린 'GTC 타이베이 2026' 기조연설에서 에이전틱 AI 시대 도래를 선언했다.

그는 "2년 전 이 자리에서 에이전틱 AI를 이야기했는데 이제 에이전틱 AI가 도착했다"며 "AI는 더 이상 질문에 답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해하고 추론하며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차세대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과 기업용 AI 에이전트 개발 플랫폼, 오픈 에이전트 런타임 등을 공개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를 GPU 기업이 아닌 AI 인프라 기업으로 규정하며 AI가 데이터센터를 넘어 개인용 컴퓨터(PC), 로봇, 자율주행차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40년 전 PC 혁명이 시작됐다면 지금은 PC를 다시 발명하는 시기"라며 "미래의 PC는 사용자를 대신해 일하는 AI 에이전트를 실행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산업용 반도체 강자인 NXP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소토마요르 CEO는 기조연설에서 피지컬 AI를 차세대 산업의 핵심 화두로 제시했다.

그는 인간의 척수 반사 작용을 예로 들며 미래 AI 시스템은 단순히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환경에서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능은 더 큰 두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위치에 배치하는 것"이라며 "현실 세계에서는 가장 똑똑한 판단보다 가장 빠른 반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NXP는 드론과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휴머노이드 로봇 등을 예로 들며 AI의 판단 기능을 중앙 서버에 집중시키는 대신 기기 내부 곳곳에 분산 배치하는 구조를 제안했다.

로봇이 균형을 잡거나 차량이 위험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클라우드의 응답을 기다릴 수 없는 만큼, 현장에서 즉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엣지 AI가 중요해진다는 설명이다.

두 기업 모두 AI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에 진입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생성형 AI 확산 초기 경쟁이 LLM 개발과 데이터센터 구축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AI를 실제 산업과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단계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AI 에이전트를 통해 소프트웨어와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방향을 제시했고, NXP는 로봇과 자동차, 산업기기 등 물리적 장치에 AI를 탑재하는 미래상을 제시했다.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AI가 정보를 생성하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향후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뿐 아니라 로봇, 자율주행차, 산업용 장비에 탑재되는 엣지 AI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열린 'GTC 타이베이 2026' 기조연설에서 발표하고 있다.


황 CEO는 "앞으로 10년의 컴퓨팅은 에이전트가 정의하게 될 것"이라며 AI가 클라우드와 PC, 로봇, 자율주행차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토마요르 CEO 역시 "지능만으로는 피지컬 AI를 확장할 수 없다"며 "올바른 위치에 지능을 배치하고 신뢰성을 확보할 때 비로소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베이(대만)/글·사진=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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