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 수주전 급제동⋯한화, 세 번째 폭발에 K-방산 아킬레스건 된 ‘안전’

천원기 기자 2026. 6. 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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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조 수주판 급제동, ‘안전 리스크’ 부상
계약 물량 급증 속 안전 경고등까지 켜져
외신도 주목했다, K방산 신뢰 균열 조짐
2018년 이후 단일 사업장에서 13명 희생
지난 1일 오전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난 가운데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가 언론 브리핑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대 40조원 규모의 글로벌 수주전을 펼치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뜻밖의 사고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세 번째 폭발 사고로 핵심 무기체계의 생산 공정이 멈춰 서면서다. ‘K-방산’의 급격한 양적 팽창 이면에 가려진 취약한 ‘안전 관리 리스크’가 수출 시장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급부상했다.

3일 방산업계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작업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노동부는 즉각 해당 공정에 대한 부분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수사에 착수했다.

업계에선 단순한 산업재해를 넘어 글로벌 수주전의 향방을 가를 대형 악재로 보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대전사업장은 다연장로켓 천무와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 등에 들어가는 추진체와 추진제를 생산하는 핵심 거점이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에 불과하지만, 무기의 심장 격인 추진체를 다루는 만큼 이곳의 조업 중단은 곧 전체 방산 제품의 납기 지연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미국과 서유럽을 겨냥한 40조원 규모의 잠재 수주 물량에 비상이 걸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1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미 육군 차륜형 자주포 도입 사업(MTC)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등 굵직한 해외 수주전에 뛰어든 상태다.

지난 1일 오전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나 정문 앞이 통제 중인 가운데, 한국 전력 관계자가 정문 안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K-방산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핵심 배경이 성능이나 가격 못지않게 ‘압도적으로 빠른 납기’에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노르웨이와 에스토니아가 천무 도입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도 신속한 전력화 능력이었다. 생산 중단이 장기화해 납기 신뢰가 무너질 경우 진행 중인 수주 협상은 물론 기존 계약 물량의 인도 일정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수 밖에 없다.

반복된 사고는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한 셈이다. 대전사업장에선 2018년(5명 사망)과 2019년(3명 사망)에도 로켓 추진체 관련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까지 포함하면 2018년 이후 단일 사업장에서만 13명이 희생됐다. 과거 두 차례 사고 직후 실시된 특별감독에서 500건이 넘는 법 위반이 적발됐음에도 참사는 막지 못했다.

외신들도 즉각 이번 사고를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의 로켓 추진제 생산 라인에서 폭발이 발생해 5명이 사망했다”며 “사고 직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가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대형 추진제와 지대지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정부 지정 핵심 보안시설에서 참사가 발생했다”면서 K-방산의 신뢰도 하락을 우려했다.

이번 폭발 사고에 대해 노동부도 호황에 따른 생산 압박이 안전 관리 부실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발주처 입장에서 무기체계의 안정적인 공급망과 생산 인프라는 성능 평가만큼 중요한 잣대”라고 말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