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에어컨 논란… 입법조사처 “실내온도, 국가 보장 기초 처우”
법무부의 교정시설 에어컨 설치 계획을 둘러싸고 범죄자에게 과도한 세금을 쓴다는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가 교도소 실내온도 문제를 수형자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국가가 보장해야 할 최소한의 안전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뜨거운 여름이 형벌이 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교정시설 실내온도 기준 마련을 제안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는 난방 규정만 있을 뿐 냉방이나 실내 적정온도 기준이 없어 정책적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16년 8월 부산교도소 사건은 교정시설의 더위가 수용자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친 사례로 꼽혔다. 당시 선풍기조차 없던 조사수용실(1인당 1.74㎡)에 갇힌 30대 수용자 두 명이 하루 간격으로 열사병 등으로 잇따라 숨졌다. 보고서는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 연구를 인용해 선풍기가 외부 기온 35도를 넘으면 체내 심부 온도를 의미 있게 낮추지 못하며 65세 이상에게는 다른 냉방 수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앞서 2019년 교정시설 방문조사 뒤 형집행법령에 실내 적정온도 기준을 마련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2020년 섣불리 법제화할 경우 적정온도 미준수에 따른 국가배상 소송이 제기될 우려가 있다며 기준의 법제화는 받아들이지 않고, 준수를 위해 노력한다는 선언적 규정만 두기로 했다. 당시 법무부가 인권위에 보낸 회신에는 수용시설이 기후조건과 난방·환기를 고려해 건강에 필요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는 유엔 수용자 처우 최저기준규칙(만델라 규칙)이 외국 입법례로 함께 담겨 있었다.
해외에서는 폭염 속 수용 환경을 둘러싼 사법적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텍사스에서는 지난해 3월 연방법원이 냉방 없는 교도소의 극심한 더위를 두고 명백히 위헌적이라고 판단했다. 일본에서는 2018년 교토변호사회가 교토구치소장에게 수용 거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교정도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이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론 등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다보니 취약한 점이 많다”며 “인권은 다수의 합의나 여론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판단되고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 2일 언론 공지를 통해 이번 냉방설비 보강이 폭염에 취약한 수용자의 생명·신체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조치이며, 수용자뿐 아니라 교정공무원의 근무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약 12억원을 들여 노인·장애인·환자 등 온열질환 취약 수용자가 있는 수용동을 중심으로, 수용 거실 내부가 아닌 복도에 간접 냉방 방식으로 설비를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번 법무부의 조치는 수용자 인권에서 국제규범의 기준을 고려한 것으로써 바람직하며, 수용자의 재사회화나 교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교정시설을 관리하는 교도관들의 근무환경 개선 및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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