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가 권리", "한 표가 세상을 더 좋게 만들 것"[르포-전국 종합2보]

[파이낸셜뉴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서울 시내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투표 시작 전부터 줄을 서는 이른바 '오픈런'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편치 않은 몸으로 투표소를 찾은 고령층부터 자녀와 함께 방문한 젊은 부부까지 각자의 바람을 담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이날 오전 5시30분께 서울 동작구 상도4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상도제4동 제5투표소에는 투표 개시를 기다리는 주민 10여명이 줄을 섰다. 이른 운동을 마치고 온 주민부터 출근을 앞둔 직장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유권자들이 차분히 순서를 기다렸다.
대기 인원은 점차 늘었다. 일부 유권자는 출근 시간을 이유로 투표 시작 전 입장을 요구하며 현장 관계자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한 주민은 "출근해야 한다"며 불편을 호소했지만 결국 투표 시작 시각을 기다리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오전 6시 정각 선거사무원이 투표 개시를 알리자 유권자들은 신분 확인을 거쳐 투표용지를 받은 뒤 기표소로 향했다. 투표소 내부에서는 취재진과 유권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부 시민이 대기줄을 착각해 항의하는 등 작은 혼선이 있었지만 선거사무원들의 안내로 정리됐다.
이날 종로구 종로1·2·3·4가동 주민센터 투표소에도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이 발걸음했다. 동작구 본동초등학교에 마련된 노량진제1동 제6투표소 역시 꾸준히 유권자들이 드나들었다. 투표소 입구에는 투표지 촬영 금지와 훼손 금지 안내문이 게시됐다.
본격적인 낮이 되며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르자 손풍기와 양산을 사용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상도동 로야어린이집에 마련된 상도제1동 제3투표소에는 반팔과 슬리퍼 차림으로 나온 주민들, 아이 손을 잡은 젊은 부부, 청년층 유권자들이 줄지어 순서를 기다렸다.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지역 현안과 민생 문제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동작구에 거주하는 30대 부부는 "색깔이나 번호보다는 정책 위주로 보고 투표했다"며 "동작구의 오랜 숙원인 재개발을 이뤄줄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고령층 유권자들의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서울 종로구의 투표장을 찾은 임모씨(83)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투표하는 것이 유권자의 권리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경제 안정을 바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대문구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구민 이유식씨(60)는 "땀 흘리고 사는 평범한 서민들이 걱정 없이 발 뻗고 잘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투표 열기도 뜨거웠다. 경기도 50대 유권자 최모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며 "한 표가 세상을 조금은 더 좋게 만들 것"이라고 희망했다.
광주에서는 올해 나이 110세로 광주시 동구지역 최고령 유권자인 김정자 할머니가 딸과 함께 동구 계림1동 제2투표소를 찾았다. 김 할머니는 지난 1963년 10월 15일 치러진 제5대 대통령 선거 이후 줄곧 투표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 투표소의 40대 남성은 "대구를 발전시킬 인물이 당선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경북 안동시 정하동 강남초교에 마련된 강남 제2투표소에서 만난 60대 유권자는 "경북의 정체성을 지키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울산에선 30대 남성이 기표한 후 "후보를 잘못 찍었으니 용지를 바꿔달라"고 요구하다 거부당하자 기표한 용지를 찢어 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나가려다 제지를 받았다. 제주 이도2동 제5투표소로 나온 50대 김모씨는 "선거 때마다 많은 공약이 나오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제로 해낼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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