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모디 '국제적 비판' 미얀마 대통령과 회담...기자회견은 피했다

국제사회 기피 대상인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초청으로 뉴델리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흘라잉 대통령은 쿠데타와 민주주의 세력 탄압으로 국제적 지탄을 받고 있는데, 모디 총리가 그를 만나면서 국제적 위상을 높여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5일 일정으로 인도를 찾은 흘라잉 대통령은 이 기간 모디 총리와 만나 무역·투자·교통·안보·국경관리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흘라잉 대통령은 2021년 2월 쿠데타로 아웅산 수치 민주정권을 무너뜨린 후 올해 4월 대통령에 취임했다.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비판과 제재로 해외 초청을 받지 못하고 있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의 참석도 거부된 상태다.
모디 총리는 철저한 ‘자국 실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미얀마와 1,643km에 달하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국경지역인 미얀마 북서부 사가잉주에는 인도 분리주의 반군이 활동하고 있다. 흘라잉 대통령도 1일 인도·미얀마 공동 성명을 통해 “미얀마 영토가 인도의 안보에 반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인도는 오래 공을 들여온 숙원 사업인 칼라단 프로젝트도 속도를 내고 싶어한다. 양국이 2008년 계약한 이 프로젝트는 인도 동북부 미조란부부터 미얀마 시트웨이항을 도로와 수로로 연결하는 대형 인프라 사업이다. 인도로서는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는 핵심 ‘관문’인데 미얀마 내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내전으로 진행이 지지부진했다.
인도 옵저버리서치 재단의 스리파르나 바네르지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인도는 미얀마 군부를 피할 수 없는 이해관계자로 보고 있다”며 “이번 만남이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정치적 지지까지는 아니라도, 군부가 국제적 인정을 받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얀마 출신인 트웨 트웨 테인 호주 커틴대 국제경영학과 부교수는 “흘라잉 대통령은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대내외에 보여주고 싶어한다”고 했다.
비판도 거세다. 테인 교수는 “인도가 흘라잉을 받아들인 것은 외교가 아니라 배신”이라며 “민주주의 국가 인도가 국제적 범죄자로 여겨지는 인물을 맞이한 것은 정치적 선택이 아닌 신뢰의 문제”라고 했다. 미얀마 민주진영에서도 모디 총리가 국민을 탄압하는 흘라잉 정권을 합법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모디 총리도 여론을 의식한 듯 정상회담 후 통상 진행하는 기자회견을 생략했다. 대신 비트람 미스리 인도 외교부 차관은 언론을 만나 “모디 총리가 흘라잉 대통령에게 민주주의 관련 문제를 제기했다”며 “인도는 미얀마 스스로가 주도하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촉구해 왔다”고 했다.
하노이= 정지용 특파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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