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선거 ‘AI 공약’, 진짜 검증 국면이 왔다
중앙정치에 가린 6·3 지방선거는 상대적으로 공약도 비전도 부실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풍성하게 쏟아진 것이 인공지능(AI) 관련 공약이다. AI 산업 부흥론은 광역·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공약에 일단 넣고 보자’는 식이다 보니 전략, 실행 계획, 과제 지속성, 재원 면에서 빈약하다. 어느 후보가 승리했고 지방권력이 어떻게 재편될지와 상관없이, 타당성부터 부족한 허점투성이인 공약은 가려내야 할 시간이다.
실질적으로 AI 산업 발전에 기여하기보다는 트렌드에 맞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같은 정당끼리 겹치기 공약을 내놓은 것도 다반사였다. 서울 용산에 글로벌 사업인 유엔 AI 허브를 유치한다는 공약은 부산·인천·충남 공약과 대동소이하다. 같은 주제는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찾기도 어렵지 않다. 공약 검증에 얼마나 무신경한지를 드러낸 단적인 사례다. 울산·충남·대전·제주·경남 등에서 남발된 데이터센터 공약은 향후 당이나 정부 차원에서 교통정리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지금은 지자체끼리만 자웅을 다툴 때가 아니다. 5일까지 열리는 ‘GTC 타이베이 2026’과 ‘컴퓨텍스 2026’으로 대만이 글로벌 AI 비즈니스의 중심 무대로 부상한 듯 보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본사급 거점 구축 의지를 밝힌 대만은 파운드리·패키징·팹리스 공급망의 밀도가 촘촘하다. ‘AI 동맹’에서는 우리에게도 대만이 따르지 못할 강점이 있다. 전국 공약집 키워드로 AI가 503회, 데이터센터가 24번 등장한 것이 반드시 중요하지는 않다. 정부의 AI 3대 강국 입성 기조에 맞춘 지자체 차원의 AI 집중 투자 의지 표명이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인기가 더 좋아 보여 그랬을 뿐이라면 실현 가능성부터 재검증해야 한다.
치열한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젠슨 황이 꼽은 칩, 디램(DRAM), 과학, 로보틱스, AI 팩토리, 여기에 더해 자동차, 조선, 배터리 등 한국 제조 기업 역량을 바탕으로 메모리 중심 협력 이상의 시너지를 내야 한다. AI 산업은 노동집약 산업이 아니라 지식집약 산업인데 우수 이공계 인재의 의대 쏠림 현상이 그치지 않고 있다. 6·3 지방선거 당선인들은 재원의 한계를 인지하고 지역 자생력을 높이는 공약이었나 다시 살펴봐야 한다.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단위 전략으로 확장할 때, 전국 곳곳에서 ‘AI 수도’ 공약을 내세운 지방정부의 전략이 효율적으로 가미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가장 많이 등장한 산업 공약인 ‘AI’, 그것을 실제로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짜 검증 국면은 사실상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