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 아래 웨딩홀부터 선팅샵까지…이색 투표소에서도 ‘소중한 한표’ [르포]

양지혜 기자 2026. 6. 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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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이색 투표장
웨딩홀 소연회장부터 빵집까지
공간 없으면 민간 시설도 이용
“정당 막론 성실한 사람 뽑을 것”
서울 도봉구 한 웨딩홀에 도봉1동 제2투표소가 마련됐다. 양지혜 기자

“웨딩홀에 투표소가 꾸려진 것도 신기한데 바로 위층이 고깃집이라 투표 끝나고 가족들이랑 먹으러 가려고요. 일부러 식사 시간 맞춰서 왔어요.”

3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도봉구 한 웨딩홀에 마련된 도봉1동 제2투표소에서 만난 60대 이 모 씨는 서울경제신문에 이처럼 밝혔다. 웨딩홀 한 켠에 마련된 ‘소연회장’이라고 적힌 투표소에는 투표를 하기 위해 찾은 유권자들로 북적였다. 본래 결혼식을 위한 공간인 만큼 화려한 조명과 카펫 위로 투표 진행석과 기표소 등이 구성돼 있었다. 이미 투표를 마치고 일행을 기다리는 유권자들은 하얀 천으로 덮인 연회용 의자에 앉아있었다.

여기에 도봉1동 제2투표소 바로 한 층 위에는 한 고기 프랜차이즈 가게가 운영 중이었다. 이 모 씨는 “이번 투표에서는 ‘일 잘하는 사람’을 뽑으려 선거 책자를 꼼꼼히 보고 휴대폰에 메모까지 해왔다”며 “선거를 위해 모처럼 가족들이 집에 다 모였는데, 투표 후에 여러 식당 찾지 않고 바로 한 층만 올라가면 돼서 좋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 한 웨딩홀에 마련된 도봉1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양지혜 기자

차량 선팅샵에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 제2동 제2투표소는 줄이 길지는 않았지만 고령의 어르신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투표소로 바뀐 선팅샵이 신기한 듯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지만, 정작 거주민들은 익숙한 듯 내부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해당 투표소를 방문한 70대 서 모 씨는 “선팅샵이 투표소가 된 지 꽤 오래돼 익숙하지만, 외부 사람들은 신기한 지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며 “고령자들은 버스를 자주 타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차량 선팅샵에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 제2동 제2투표소에서 시민 한 명이 투표를 마치고 나오고 있는 모습. 양지혜 기자

서울 강북구 한 빵집엔 수유3동 제1투표소가 마련됐다. ‘커피·음료·빵’이라고 붙은 스탠드 배너에는 ‘수유3동 제1투표소’라는 공지가 붙어있었다. 토끼 조형물 등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카페 내부에도 투표를 위해 찾은 유권자들이 줄을 서 있었다. 원래는 손님들이 사용했을 목조 탁자와 의자는 투표 진행석으로 활용됐다.

색다른 투표 공간에 유권자들이 길을 잘 찾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곳을 찾은 한 부부는 “골목에 있는 빵집에 투표소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해 몇 번 왔던 길을 되돌아왔다”며 “하지만 막상 투표를 해보니 관공서보다는 친숙한 공간이라 투표를 하는 데도 마음이 편했다”고 밝혔다.

20대 전 모 씨 또한 “정부 예산을 시민들을 위해 적절한 곳에 잘 사용할 수 있는지를 첫 번째 (투표) 기준으로 판단했다”며 “정당을 떠나 성실한 사람에게 표가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유3동 제1투표소는 서울 강북구 한 빵집에 마련됐다. 양지혜 기자

공직선거법에 따라 투표소는 행정복지센터나 학교 등 공공시설에 마련된다. 하지만 공간 확보가 어려운 경우 민간 시설도 투표소로 정할 수 있다. 이 같은 민간 시설을 투표소로 사용하는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시설 주인에게 소정의 사례금이나 임차료를 제공한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율은 15.0%로 집계됐다. 투표는 이날 오전 6시 전국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됐으며 전체 유권자 4464만 9908명 가운데 671만 3316명이 투표를 마쳤다. 이는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최종 50.9%)의 동시간대 투표율 12.0%보다 3.0%포인트 높다.

이날 선거는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유권자들은 신분증을 지참하고 주민등록지 관할 투표소에 가서 투표하면 된다. 지역구 의회의원 투표용지에는 같은 정당의 후보자가 다수 있을 수 있는데, 이때도 반드시 한 명의 후보자에게만 기표해야 한다.

양지혜 기자 hoj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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