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제주 선택의 날… 유권자는 '삶을 바꿀 한 표'를 행사했다[6.3 선거]

정용복 2026. 6. 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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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역 투표소서 차분한 참여 행렬
도지사·교육감 선택 기준은 민생과 미래교육
지역구 도의원 무투표로 일부 용지 미교부
민주당 강세 속 여야 균형론도 현장 민심
"공약보다 실행력" 신중한 표심 뚜렷
3일 제주시 이도초등학교 이도2동 제5투표소 기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제주도선관위는 투표용지마다 한 명의 후보자에게만 기표해야 하며 기표 뒤 투표용지는 교환·재교부가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사진=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가 제주 전역에서 시작되면서 유권자들의 발길도 아침부터 투표소로 이어졌다. 선거운동의 확성기는 멈췄고, 선택은 투표소 안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판단으로 넘어갔다.

이날 오전 제주시 이도초등학교에 마련된 이도2동 제5투표소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투표가 진행됐다. 학교 입구에는 '투표하려는 선거인 외에는 투표소에 출입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선거 사무원들은 유권자 동선과 본인 확인 절차를 안내했다.

투표소 안에서는 신분 확인과 투표용지 교부, 기표, 투표함 투입 절차가 순서대로 이어졌다. 유권자들은 안내에 따라 줄을 섰고, 일부는 자신이 받는 투표용지 수를 다시 확인했다. 지방선거는 선거 종류가 많아 투표용지가 여러 장 교부되는 만큼 기표 실수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

이번 선거에서 제주 유권자는 도지사와 교육감, 도의원, 비례대표 도의원을 뽑는다. 다만 지역구 도의원 무투표선거구에서는 해당 투표용지가 교부되지 않는다. 이도초 투표소가 속한 지역도 도의원 무투표 당선이 이뤄진 선거구여서 유권자가 받는 투표용지 수가 줄어든다.

3일 제주시 이도초등학교 이도2동 제5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본인 확인을 거쳐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지방선거는 투표용지가 여러 장인 만큼 유권자는 선거 종류와 기표 방식을 확인해야 한다. /사진=정용복 기자

현장 분위기는 요란하지 않았지만 표심은 가볍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후보 이름보다 앞으로 4년 동안 제주도정과 제주교육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를 더 따지는 모습이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청년 일자리, 주거 부담, 교육 격차, 학교 현장 안정이 투표장 밖 민심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김재홍씨(57)는 "선거 때마다 많은 공약이 나오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제로 해낼 수 있느냐"라며 "도지사는 말보다 예산과 행정으로 민생을 풀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처럼 도지사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주목한 기준은 공약의 양보다 민생경제를 실제 예산과 정책으로 풀어낼 수 있는 실행력에 가까웠다. 제주도정은 물가와 지역경제, 관광 회복, 1차산업, 제2공항, 에너지 전환 등 굵직한 현안을 동시에 다뤄야 한다.

교육감 선거를 바라보는 시선도 비슷했다.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는 진영보다 학교 현장이 기준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기초학력과 돌봄, 미래교육, 교권 보호, 학교 자율성, 청렴성은 학부모와 교직원 모두에게 직접 닿는 문제다.

고영숙씨(63)는 "교육감은 정치보다 아이들을 먼저 봐야 하는 자리"라며 "학교가 안정되고 아이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게 하는 사람이 교육감을 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씨의 발언은 교육감 선거의 본질을 짚는다. 교육감은 교육청 예산과 인사,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독립된 교육행정 책임자다. 선거 막판 의혹 공방이 있었지만, 투표장에서 유권자들이 최종적으로 따지는 것은 아이들의 학력과 성장, 학교의 안정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제주 정치권의 여야 균형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정 정당 강세가 오래 이어질 경우 행정과 의회, 국회 권력이 한 방향으로 쏠리면서 정책 검증과 책임 정치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지역 현안이 당내 조율로만 흘러가면 도민 공론화가 줄고, 예산과 개발, 인사 문제에서도 견제 장치가 느슨해질 수 있다.

고봉준씨(63)는 "제주가 어느 한쪽으로만 가면 견제가 약해질 수 있다"며 "도민이 원하는 것은 싸움이 아니라 균형이다. 누가 되든 도민 눈치를 보고 일하게 하려면 여야가 서로 견제하는 구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3일 오전 제주시 이도초등학교 이도2동 제5투표소에서 선거 사무원이 유권자에게 투표소 동선을 안내하고 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일 투표는 주민등록지 관할 지정 투표소에서만 가능하다. /사진=정용복 기자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후보 간 공방보다 선거 이후의 책임을 더 강조했다. 선거는 하루지만 결과는 4년간 이어진다. 도지사는 예산과 조직, 인허가, 중앙정부 협상권을 행사하고 교육감은 교실과 학교를 바꾸는 정책을 집행한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누가 이길 것인가"보다 "누가 책임질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으로 다가온다.

이번 선거는 제주 정치 지형에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도지사 선거는 제주도정 4년의 방향을 정하고, 교육감 선거는 공교육의 신뢰와 학교 현장 안정성을 가른다. 서귀포에서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함께 치러져 지역 대표 공백을 누가 메울지도 결정된다.

제주도선관위는 선거일 투표 때 유권자 본인 확인과 기표 방식에 유의해 달라고 안내했다. 투표용지마다 한 명의 후보자에게만 기표해야 하며, 기표한 뒤에는 투표용지를 교환하거나 다시 받을 수 없다. 선거일 투표는 사전투표와 달리 주민등록지 관할 지정 투표소에서만 가능하다.

이날 투표는 오후 6시까지 도내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투표함이 닫히면 제주도민의 선택은 개표 결과로 옮겨진다. 조용한 투표소를 오간 한 표 한 표가 앞으로 4년 제주를 이끌 권한의 방향을 정하게 된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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