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AI 네이티브’로…챗GPT 前 유니콘들, 몸값 평균 52% 증발

대규모 투자 유치로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 기업으로 성장했다가 챗GPT가 출시된 이후 유니콘 지위에서 탈락한 스타트업이 22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붐으로 벤처 투자금이 AI 기업에 쏠리면서 한때 수십억 달러 가치를 인정받던 기업들의 몸값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3일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2016년 이후 탄생한 유니콘 기업 데이터를 추적한 결과, 2022년 챗GPT가 등장하기 전에 자금 조달을 마친 기업들의 가치가 평균 52%가량 하락했다. 대규모 투자 붐이 일었던 2021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이 기업들 가치는 평균 68% 낮아졌다. 화장품 브랜드 글로시에, 일정 관리 서비스 캘린들리 등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런 변화는 투자 흐름이 AI 기업으로 빠르게 이동했기 때문이다. 테크 전문 매체 더넥스트웹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글로벌 AI 스타트업이 2555억달러를 조달해 작년 한 해 AI 벤처 투자 총액을 넘어섰다. 특히 오픈 AI의 1220억달러 투자 유치, 앤트로픽의 300억달러 조달, xAI 인수 거래까지 세 건이 전체 자금의 67%를 빨아들였다. 싱가포르·사우디아라비아·아부다비 국부 펀드까지 ‘AI 큰손’으로 가세하면서 쏠림은 더 심해졌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다. 피치북이 추린 몰락한 유니콘 명단에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이 75곳 올랐는데, 두 번째로 많은 핀테크 업종의 두 배 규모다. 생성형 AI와 ‘바이브 코딩(자연어 명령만으로 앱을 만드는 방식)’ 도구가 등장하면서, 개발자가 아닌 일반 직원도 맞춤형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된 것이 직접적 위협이 됐다. 피치북 애널리스트 앤드루 에이커스는 “기업이 투자를 받지 못한다는 건 위험 신호”라며 “수면 아래에 무너질 도미노가 아직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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