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표적 찾는 인공지능…전쟁 패러다임 완전히 바꿨다
앤트로픽 클로드 모델 도입해 방대한 데이터 분석하고 지시
우크라이나 병력 투입 없이 2만여건 작전 달성하는 쾌거
미국 국방부 중국 양적 우위 상쇄할 자율 무기체계 구상 발표

2022년 10월29일(이하 현지시간) 새벽,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앞바다에 주둔한 러시아군 흑해함대가 우크라이나군 무인항공기와 무인정 등 드론 부대의 대규모 공격을 받았다.
호위함 '아드미랄 마카로프'를 비롯한 정예 군함들이 뒤늦게 기관총을 난사하며 필사적으로 회피 기동을 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유출돼 러시아군이 체면을 구겼다.
약 3년 반 뒤인 올 3월, 쿠웨이트 남부 항구도시 슈아이바에 주둔하는 미군 예비 지휘소가 걸프 지역 미군의 다층 방공망을 뚫어낸 이란 자폭 드론에 공격당했다. 미군 장병 6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가성비 좋은 비대칭 전력 정도로 여겨졌던 드론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게임체인저'로 떠올랐고 중동에서도 위력을 입증했다.

'언더독'의 반격…군사 강국 허 찔러
개전 초기 '언더독'으로 평가받은 우크라이나가 군사 강국 러시아와 5년째 맞서 싸울 수 있는 핵심 전력은 드론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우려해 올해 2차 세계대전 전승절(5월9일) 열병식 규모를 축소했을 정도다. 열병식이 열린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500㎞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자국산 샤헤드 드론 등을 공급해온 이란도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에서 그간 쌓아온 드론 전력을 과시했다.

CSIS는 "샤헤드 계열 단방향 공격 드론은 직접적인 군사 피해보다는 기반 시설을 파괴하고 방어하는 쪽이 값비싼 요격기를 저렴한 시스템에 써버리도록 유도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미국은 저가 드론 격추를 위해 고가 무기 대신 저가 무기 체계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해병대 방공 체계'(MADIS)가 미군의 저비용 안티드론(드론 무력화) 체계의 주요 전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드론 전쟁' 넘어 'AI·로봇전쟁'으로
하늘을 나는 드론에 이어 지상의 '로봇 군단'도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미국 CNN 방송의 분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올해 1월 이후 로봇·드론 등 무인 장비로만 2만2000건 임무를 수행했다. 4월에는 병력 투입 없이 로봇과 드론만으로 러시아군 진지를 장악한 사례도 보고됐다.
로봇 투입은 병력 부족에서 비롯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전투 무인화를 통해 러시아군을 상대로 예상 밖 전술적 우위를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AI 기술도 전장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의 AI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의 시암 상카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3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이 AI가 중심적 역할을 한 첫번째 주요 전쟁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국의 이번 이란 공습 작전에 AI 기술이 활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군이 이란 공습 첫 24시간 동안 1000여개의 표적을 타격하기 위해 팔란티어가 개발한 AI 기반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을 활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시스템은 인공위성과 각종 감시장비 등에서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실시간 표적 설정 등 전장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로봇 늑대'…일본도 AI·드론 전력 증강
'드론 전쟁'을 직접 경험한 미국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까이서 지켜본 유럽 등 세계 각국이 무인 무기 개발과 생산, 방공망 구축 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미국과 전방위적인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AI 전투 로봇 등 차세대 무기체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인 중국중앙TV(CCTV)는 지난 3월 최신형 '로봇 늑대' 부대를 동원한 시가전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초소형 미사일과 유탄 발사기 등을 탑재할 수 있고, 울퉁불퉁한 잔해 지형에서도 최고 시속 15㎞로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로봇 늑대는 작년 9월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항일전쟁(2차 대전) 승전 80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에서 다른 무인 무기와 함께 등장해 주목받았다.

미중 간 드론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니얼 드리스컬 미 육군장관은 작년 11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미 육군이 드론을 향후 2∼3년간 최소 100만개 구매할 계획이며 이후에도 매년 50만개에서 수백만개를 구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각각 연간 약 400만개의 드론을 생산하고 있고, 중국은 아마 이보다 2배 이상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드리스컬 장관의 설명이다.

방위비 증액과 방위력 확충을 골자로 한 '3대 안보 문서'의 연내 개정을 추진 중인 일본도 AI와 무인기 전력 증강에 주력하고 있다.
집권 자민당은 다카이치 정부에 AI와 무인기의 도입 등을 통한 '새로운 전투 방식'을 3대 안보 문서 개정안에 담을 것을 제안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지난달 26일 전했다.
일본 정부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조기 경계 레이더를 탑재한 드론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일본 방위장비청은 지난달 튀르키예 방위산업청(SSB)과 기술 협력을 위한 의향서에 서명, 바이락타르 TB2 도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튀르키예는 무인기 전력이 강한 국가로 꼽힌다. 튀르키예 방산업체 바이카르의 전술 무인 공격기 바이락타르 TB2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실전에서 성능을 입증했다. 바이카르는 차세대 대형 드론 아큰즈, 스텔스 드론 크즐렐마 등을 개발 중이다.
이란의 드론 공격에 노출된 UAE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은 드론 강국으로 부상한 우크라이나와 방위 협정을 체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