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AI 투자 열풍, 아직은 공포보다 탐욕이 더 많은 순간이다”

유진아 2026. 6. 3.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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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낙관론속 시장 심리 언제든 공포로 바뀔수도
과열 상당기간 지속… 사이클의 초반부에 있을 가능성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 [로이터연합]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


“아직은 공포보다 탐욕이 더 많은 순간이다. 탐욕은 매우 빠르게 공포로 바뀔 수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스페이스X 등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의 초대형 자금 조달이 예고된 가운데 데이비드 솔로몬(사진)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가 시장 분위기를 두고 이같이 진단했다. 투자자들의 낙관론 속에 대형 상장을 받아낼 유동성은 충분하지만 시장 심리는 언제든 공포로 돌아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외신에 따르면 솔로몬 CEO는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뉴욕경제클럽 행사에서 CNBC와 인터뷰를 갖고 “세계가 계속 낙관적인 분위기를 유지한다면 금융 시스템 안에는 충분한 유동성이 있다”며 “우리는 분명히 공포보다 탐욕이 더 많은 순간에 있다”고 밝혔다.

질문은 AI 기업들의 초대형 상장을 시장이 받아낼 수 있느냐는 데서 출발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스페이스X가 잇따라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경우 전례 없는 규모의 주식 공급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솔로몬 CEO는 유동성 자체가 제약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자본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자본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시장으로 몰려오고 있다”며 “자본이 가능하고 자본을 많이 쓰는 기업이라면 그 자본을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돈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시장 문이 열려 있을 때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취지다.

솔로몬 CEO가 시장의 체력을 보여주는 첫 사례로 든 것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다. 알파벳은 AI 인프라 확대를 위해 800억달러 규모의 자본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대규모 주식 발행에도 주가 흐름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을 두고 그는 “주식이 매우 잘 거래되고 있다”며 “이 정도 규모의 거래가 시장에 나왔을 때 확인된 첫 번째 구체적 사례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시장이 아직은 받아낼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다.

솔로몬 CEO의 발언이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단순한 시장 관찰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1999년 골드만삭스에 파트너로 합류한 뒤 자금조달그룹 글로벌 대표와 투자은행부문 공동대표를 지냈다. 2018년 10월 골드만삭스 CEO에 올랐고 2019년 1월부터는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대형 기업의 상장과 자금 조달을 오랫동안 다뤄온 월가의 대표 투자은행가인 셈이다.

골드만삭스도 이번 AI 자금 조달 흐름의 한복판에 서 있다. 외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스페이스X 상장 작업에서 핵심 주관사 역할을 맡고 있다. 알파벳의 800억달러 자본 조달에도 참여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상장 주관 경쟁에서도 주요 후보로 거론된다.

상장 후보들의 면면도 시장의 관심을 키우고 있다. 오픈AI는 챗GPT를 앞세워 생성형 AI 시장을 연 기업이다. 앤트로픽은 클로드를 기반으로 기업용 AI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위성통신 기업으로 AI 사업과의 연결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에서는 이들 기업이 상장 시장에 나올 경우 조달 규모와 기업가치 모두 기존 IPO 시장의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I 모델 개발 경쟁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 투자로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자금 수요도 커지고 있다.

솔로몬 CEO도 현재의 자금 조달 물결이 전례 없는 규모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시장에 쌓인 부와 유동성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봤다. AI 기업 임직원과 초기 투자자들이 얻은 이익이 세금 납부와 신규 투자, 창업으로 다시 시장에 흘러 들어가면서 자본 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AI 투자 열기가 곧바로 꺼질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솔로몬 CEO는 “과열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가 이 사이클의 후반부보다는 초반부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화려한 자금 조달 기대 뒤에는 속도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다. 솔로몬 CEO는 AI 인프라와 컴퓨팅 수요가 “모두가 현재 예상하는 것처럼 직선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기술 변화와 제조·유통 비용 변화가 투자 흐름을 흔들 수 있다는 뜻이다.

AI 컴퓨팅 수요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려면 기업 고객의 구매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도 거론했다. 솔로몬 CEO는 “AI 컴퓨팅 파워에 대한 수요는 결국 기업들이 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AI 도입 속도에 대해서도 시장 기대보다 느릴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기업 전반은 AI를 활용하는 데 더 느리게 움직일 것이고 변화하는 데도 더 느릴 것이며 적응하는 데도 현재 일부 기대보다 더 느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수익 기업은 AI에 투자하고 실험할 여력이 크지만 저마진 기업은 투자 재원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았다.

그럼에도 솔로몬 CEO는 AI가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시각을 유지했다. 그는 AI와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해 낙관론을 보이며 향후 10년 뒤 미국 경제가 낮은 실업률과 높은 생산성을 갖춘 모습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AI 기업들의 상장은 시장의 기대가 실제 자본시장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됐다. 풍부한 유동성과 투자자들의 낙관론은 초대형 거래를 가능하게 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AI 도입 속도와 수익화가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솔로몬 CEO는 “탐욕은 매우 빠르게 공포로 바뀔 수 있다”며 “그렇다고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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