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책 출산·돌봄 중심 협소화…여성을 선거 들러리로 소비”

손지민 기자 2026. 6. 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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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6·3 지방선거’ 낡은 정치문화 비판 성명
게티이미지뱅크

6·3 지방선거에서 성평등 의제가 사라지고, 여성을 선거의 들러리로 소비하고 사적 위계를 강요하는 등 낡은 정치문화로 팽배했던 선거운동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지방선거 하루 전날인 2일 성명을 내어 “이번 6·3 지방선거는 거대 양당 중심의 패권 정치 속에서 성평등 의제가 실종되고 민주주의의 가치가 훼손된 채 치러졌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남겼다”라면서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과 권리가 외면된 이번 지방선거의 현실을 엄중히 지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후보들이 내놓은 여성정책 공약이 출산·돌봄에 집중된 점을 꼬집었다. 단체는 “여성은 돌봄의 대상이나 수단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동등한 시민”이라면서 “거대 정당들은 여성을 여전히 출산과 돌봄의 역할에 가두고 있으며, 성평등 사회를 위한 실질적 정책과 제도 개선 방안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유세 기간 동안 나타난 낡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단체가 지적한 대표적인 사례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부산 북구갑 하정우 민주당 후보의 ‘오빠’ 발언과 강기윤 경남 창원시장 국민의힘 후보가 여성 선거운동원들이 짧은 반바지를 입고 춤을 추게 만든 선거 유세다. 정 대표와 하 후보의 ‘오빠’ 발언 이후에도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같은당 부산 북구갑 박민식 후보를 지원하는 유세 도중에 “잘생긴 오빠 많아요”라고 발언한 점도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단체는 “선거운동원은 민주주의의 주체이자 노동자임에도, 그 노동이 정책 전달이 아닌 시각적 볼거리로 소비된 현실은 정치권에 남아 있는 성차별적 인식을 보여준다”면서 “공적 관계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사적 친밀성을 전제한 ‘오빠’라는 호칭을 요구하는 행위는 상대방에게 특정 관계를 수용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을 선거의 들러리로 소비하고 사적 위계를 강요하는 낡은 정치문화를 규탄한다”고 했다.

단체는 여성 의무공천 제도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공천 관행도 반복됐다고 비판했다. 일부 선거구에서는 여성후보 공천 비율을 맞추기 위해 황급히 여성후보를 남성후보와 복수 공천한 뒤, 여성후보 비율을 달성한 후 사퇴시켰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공직선거법 제47조에 따르면, 지역 국회의원·지방의회 의원 후보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하고, 국회의원 선거구를 기준으로 해당 지역구마다 광역·기초의원 가운데 1명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해야 한다. 단체는 “여성 후보를 형식적 요건 충족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과 다름없다. 완주의 의사가 없는 후보 등록을 통해 유권자의 선택권마저 왜곡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여성과 약자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민주주의를 형식화하는 정치가 아니라, 성평등과 인권,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실천하는 정치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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