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처럼 몰아친 ‘대법원 힘빼기’…난타 당한 사법부 [이재명 정부 1년 법원개혁]
형사재판부 기피 심화…법왜곡죄 대응책 마련 분주
‘4심제 논란’ 재판소원제…헌재서 700건 이상 접수
대법관 수 26명으로 증원…李 대통령이 22명 임명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12월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3/ned/20260603104708250ljvt.jpg)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이재명 정부 1년 동안 사법부는 전례 없던 대격변의 시간을 보냈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속도전에 돌입했다. 새 정부 출범 전인 지난해 3월 법원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과, 같은 해 5월 대법원의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 판결은 여당의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 추진의 불쏘시개로 작용했다.
법원은 숙의가 부족한 일방적 입법 강행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를 거듭해서 냈지만, 사법개혁 3법은 올해 2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차례로 넘어 지난 3월 공포·시행됐다. 정부·여당의 ‘대법원 힘 빼기’ 입법이라는 분석이 나왔던 이 법들은 현재 일선에서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들에게도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법원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사법부를 둘러싼 혼란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직무소송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지난달 20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원센터는 법왜곡죄 도입 등으로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일선 법관에 대한 고소·고발이 증가하면서 형사재판부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마련됐다. ▷법원 구성원에 대해 발생한 위험의 신속한 파악 및 상황관리 ▷신변 및 신상정보 보호업무의 총괄적 지원 ▷직무 관련 고소·고발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등을 담당한다.
개정 형법에 따른 법왜곡죄 시행은 특히 일선 법관들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법조계에서는 사법 제도에 대한 불복 수단으로 남용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시행 전부터 잇따라 제기됐다. 특히 주요 정치인이 당사자인 사건의 경우 정치권의 지형 논리에 따라 재판 자체가 ‘형사사건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리게 되면서 법관의 업무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뒤따랐다. 경찰청은 지난달 6일 현재까지 242명의 법관이 법왜곡죄로 고발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법원행정처는 법왜곡죄 대응을 위해 기존의 ‘법관 및 법원공무원에 대한 부당소송 등에 관한 지원 내규’를 ‘법관 및 법원공무원에 대한 직무관련 소송 등에 관한 지원 내규’로 전부 개정했다. 법원은 개정 내규에 따라 법관이나 법원공무원이 직무 관련 고소·고발을 당하면 수사를 받는 단계(기소 이전)에서 1000만원, 1·2·3심 재판 과정(기소 이후)에서 각각 2000만원의 한도 내에서 변호사 비용을 지원한다. 개정 전에는 수사 단계에서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이 가능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 등을 위해 입장해 있다. [연합]](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3/ned/20260603104708585jwgv.jpg)
개정 헌법재판소법 시행에 따라 도입된 재판소원제 역시 사법부 권한 약화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확정판결을 내린 법원 재판을 헌재의 심판 대상으로 추가해 재판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사실상 ‘4심제 도입’이라며 강한 반대 의사를 표한 바 있다.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재판소원 접수 사건 수는 700건이 넘었고, 이 중 5건은 사전심사 문턱을 넘어 9인의 헌법재판관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상태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대법관 증원법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 속에서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법관 수는 2028년부터 3년간 해마다 4명씩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에 증원에 따른 12명과, 기존 대법관의 후임 10명 등 총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된다.
사법부는 올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라는 초유의 일도 맞이했다. 전담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서울고법에 설치돼 올해 2월부터 가동됐다. 전담재판부는 국가적 중요성이 인정되는 내란·외환·반란죄 또는 관련 사건만을 다룬다. 현재는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다수 재판을 심리 중이다. 특검법상 항소심 선고가 1심 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이뤄져야 하는 이른바 ‘6·3·3 원칙’으로 인해 법관들에게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는 지적이 거듭 나왔다.
사법개혁 3법 시행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으로 여권과 사법부간의 갈등이 커진 상황이 대법관 공백 장기화 사태로 나타났다 분석도 있다. 지난 3월 초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임명 제청은 100일이 넘도록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 1월 21일 추천위로부터 후보 4명을 추천받았지만, 현재까지 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을 하지 않고 있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최종 후보자를 제청하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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