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홍보부 장관에 미국인… 트럼프 향한 화해 시도? [이 사람@World]
멕시코서 태어나 美 이민… 독실한 평신도
그가 경영한 EWTN에 트럼프 출연하기도
교황청의 언론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홍보부 수장에 미국 국적의 가톨릭 평신도 여성이 임명됐다. 올해 들어 미국 행정부와 불화를 빚어 온 레오 14세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화해의 메시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2일(현지시간) 바티칸시티 교황청의 발표에 따르면 마리아 몬세라트 알바라도(39) EWTN 사장이 오는 11월1일 홍보부 장관에 취임한다. EWTN는 1981년 미국에서 설립된 가톨릭 종교 채널이다. 텔레비전(TV)과 라디오는 물론 뉴스, 온라인, 출판 등을 통해 여러 언어로 가톨릭 교리를 전하고 있다.

알바라도는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나 2008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멕시코계 미국인이다. 현재는 미 수도 워싱턴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교황청 장관에 임명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면서도 “교황님의 사도직을 돕고 섬기고자 하는 진실한 마음으로 이를 받아들인다”는 소감을 밝혔다.
레오 14세는 교황 즉위 직후인 2025년 9월 EWTN 사장 자격으로 교황청을 방문한 알바라도와 만난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알바라도는 “교황님께선 우리 언론인들에게 진리를 추구하되 인간의 얼굴과 목소리를 지켜 달라는 요청을 하셨다”고 밝혔다.

EWTN 사장으로 옮긴 것은 2023년의 일이다. 이 방송 채널의 시청자들은 미국의 보수적 가톨릭 신자가 대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보수 지지층을 의식해 여러 차례 EWTN에 출연한 바 있다. 그 때문에 이번 알바라도의 교황청 홍보장관 발탁은 미국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와의 관계 개선에 방점이 찍힌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레오 14세는 올해 들어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고 이란을 침공한 행위를 강력히 비난했다.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면서도 미국 건국 250주년 행사 초청을 거절했다. 이에 격분한 미 행정부는 자국 주재 교황청 대사에게 ‘아비뇽 유수(幽囚)’를 언급하며 “교황은 미국 편에 서야 한다”고 다그쳤다. 아비뇽 유수란 1309년부터 1378년까지 약 70년간 총 7명의 교황이 이탈리아 로마 말고 프랑스 아비뇽에 머물며 사실상 프랑스 국왕의 지배를 받은 사건을 뜻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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