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어 현대차까지···‘순이익 30%’ 공식 번지는 재계

노경은 기자 2026. 6. 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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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순이익 30% 성과급 요구 노란봉투법 시행에 협상 환경 변화
경총 "도요타는 경쟁력 우선" 시사점 제시
현대차 노사 관계자들이 지난달 6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6년 임금협상 상견례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면서 성과급을 기업 이익과 연동하려는 움직임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 끝에 특별성과급 지급에 합의한 데 이어 현대차 노조 역시 이익 배분 확대를 핵심 요구안으로 내세우면서 '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흐름이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재계는 최근 실적 호조 기업을 중심으로 성과급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기업의 투자 여력과 미래 경쟁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올해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협상 환경 변화까지 겹치면서 현대차 임단협이 산업계 전반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서 현대차·기아로···'이익 연동 성과급' 확산 조짐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지급 등을 담았다. 노조는 인공지능(AI) 도입 과정에서의 고용 안정 대책 마련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다. 성과급을 기업 이익과 직접 연동하려는 움직임이 현대차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성과급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은 끝에 특별성과급 지급에 합의했다. 삼성전자의 사례가 성과급 논쟁에 불을 지핀 가운데 완성차 업계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기아 노조 역시 올해 임단협에서 이익 배분 확대를 핵심 의제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향후 주요 제조업 노조를 중심으로 실적과 연계된 성과급 요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는 성과급을 실적과 연계하는 것 자체는 합리적일 수 있지만 최근에는 투자 계획이나 미래 사업 전략보다 단기 이익 배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전동화 전환 등으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정률 형태의 이익 배분 요구가 기업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현대차의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다. 현대차는 올해 1~5월 국내외 시장에서 162만7623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와 글로벌 수요 둔화 등 대외 변수도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아틀라스 / 사진=연합뉴스

◇노란봉투법·AI 투자···커지는 완성차업계 부담

올해 임단협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협상 환경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법 개정 이후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기업과의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확대되면서 완성차 업계 노사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다만 실제 교섭 의무 여부는 사용자성 인정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차 협력업체 노조의 교섭 요구와 관련한 사용자성 판단을 유보한 상태다. 당초 이달 초 결론이 나올 예정이었지만 심문 절차가 추가로 진행되면서 오는 15일 다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현대차에 대한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의 요구가 동시에 제기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완성차 산업은 수백 개 협력사가 참여하는 대표적인 밸류체인 산업인 만큼 노사 갈등이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경우 파급력도 상당할 수 있다.

재계가 우려하는 또 다른 지점은 미래 투자다. 현대차는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구축 등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제조 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AI 도입 과정에서 고용 보장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AI 투자 확대와 고용 안정 요구가 동시에 제기되면서 향후 협상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이달 1일 발표한 '도요타 노사관계의 시사점' 보고서는 또 다른 화두를 던졌다. 경총은 도요타 노조가 임금 인상이나 이익 배분보다 생산성 향상과 품질 경쟁력 확보를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요타 노조 내부에서는 AI 시대를 맞아 고용 유지 자체보다 근로자 개개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단기적인 이익 배분보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 확보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성과를 냈다면 구성원과 성과를 나누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근에는 미래 투자와 경쟁력 확보라는 측면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 현대차 임단협은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이익 배분과 투자, AI 전환, 노사관계 변화가 한꺼번에 맞물린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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