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신장·간 ‘53살 뇌사자’에 동시 이식…5일간 정상 작동했다
중국, 세계 최초 ‘복합장기 이식’ 성공
미-중 이종 장기이식 기술 경쟁 가열

만성적인 ‘기증 장기 부족’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이종 장기이식 분야는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첨단 기술 분야 가운데 하나다. 이종 장기이식이란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이식용 장기는 돼지에서 적출한다. 돼지의 장기는 크기와 기능, 생리 특성에서 사람 장기와 비슷해 이식 후 거부 반응 위험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장기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국이 유전자 편집을 이용한 면역 거부 반응 억제 등 관련 연구를 통해 이종 장기이식 분야를 개척했다면, 중국은 국가적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무서운 속도로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세계 최초로 살아 있는 환자에게 돼지 심장(2022년)과 돼지 신장(2024년)을 이식했고, 중국은 세계 최초로 살아 있는 환자에게 돼지 간(2025), 뇌사자에게 돼지 폐(2025)를 이식했다. 중국은 지난 1월 간부전 환자가 실제 간 이식 수술을 받기 전까지 돼지 간을 이용한 체외 순환 장치로 생명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도 성공했다.

미국과 ‘최초’ 경쟁 엎치락뒤치락
광시의대 연구진은 유전자 변형 돼지의 장기를 53살 남성 뇌사자에게 이식했다. 연구진은 면역 체계가 동물 장기를 침입자로 인식해 공격하는 ‘초급성 거부 반응’을 해결하기 위해 돼지 유전자 중 면역 거부 반응 유전자 3개를 제거하고, 인간의 혈액 응고 방지 관련 유전자 3개를 추가한 유전자 편집 돼지의 장기를 사용했다.
2024년 살아 있는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처음으로 이식하는 수술을 집도한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 레오나르도 리엘라 박사는 네이처에 “여러 장기를 이식하는 것은 한 장기를 이식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의 장기이식 연구 외과의사인 웨인 호손 박사는 “여러 장기를 이종이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임상 적용하기까진 산 넘어 산
그러나 이식 후 36시간이 지나자 환자의 몸에서 면역 세포가 활성화되며 거부 반응 징후가 나타났다. 간과 신장의 돼지 세포가 점차 인간 세포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이는 사람의 면역 체계가 이식된 장기를 이물질로 인식했음을 뜻한다. 또 돼지 간 일부에서는 괴사와 혈전이 발생했다.
‘완전한 성공’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셈이다. 연구진은 이식된 장기에서 염증에 관여하는 특정 면역 세포 수치가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앞으로 이 세포를 표적으로 한 약물을 쓰면 거부 반응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리엘라 박사는 “다중 장기 이식은 복잡하고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임상에 적용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살아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기에 앞서 동물과 뇌사자 실험을 더 많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분 간 이식 통한 ‘가교 치료’ 가능성도
중국 이종이식 장기 전문 기업 클로노건(Clonorgan)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돼지 심장과 신장, 간, 폐 등 장기를 사람한테 이식한 사례는 총 12건이다. 8건은 미국, 4건은 중국에서 이뤄졌다. 이식 사례의 절반 이상은 신장이다. 최장 이식 기록은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60대 남성이 갖고 있는 271일이다. 중국에선 261일이 최장 기록이다. 이것 역시 돼지 신장을 이식한 사례다.
*논문 정보
First human decedent model of orthotopic multi-organ xenotransplantation: Whole liver and bilateral kidneys from a six-gene-edited pig.
DOI: 10.1016/j.medj.2026.101148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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