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관리자' 둬라?…회사 책임은 어디까지

정호진 2026. 6. 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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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괴롭힘도 산업안전보건 위험요인으로 봐야"
독일 사례 주목... 심리적 스트레스까지 위험성평가 반영
조직문화·리더십 포함한 새로운 평가 지표 필요성 제기
사후 징계 넘어 예방 중심 상시 관리체계 구축 요구↑

[지데일리] 직장 내 괴롭힘을 더는 인사문제나 민원 처리로만 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장의 괴롭힘을 산업안전보건의 위험요인으로 규정하고, 사전 점검과 상시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독일이 위험성평가에 심리적 스트레스와 괴롭힘을 포함해 제도화한 사례는 한국이 참고할 만한 모델로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산업안전보건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위험성 평가에 괴롭힘을 포함하고 전담 관리자를 두는 제도화를 요구했다. ⓒ픽사베이


한국괴롭힘학회의 올해 춘계 학술대회에서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후 징계 중심으로 다루는 방식에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윤조덕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원장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 평가에 괴롭힘을 넣고, 근로감독관이 이를 판단할 수 있도록 교육과 체크리스트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지선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도 근로감독관 양성 과정에 심리적 스트레스와 조직 내 괴롭힘을 세밀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사례는 문제를 개인 갈등으로 축소하지 않는 점에서 주목된다. 독일은 위험성평가의 ‘사회적 관계’ 항목에서 동료 간, 상사와 부하 간 괴롭힘을 다루고, 감독공무원에게 심리적 스트레스 관련 교육을 의무화했다. 

제도 설계가 현장 감독과 연결돼 있어, 위험을 발견한 뒤에야 움직이는 방식보다 훨씬 앞단에서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한국식으로 옮기려면 측정부터 다시 짜야 한다고 본다. 이승협 대구대 교수는 기존 괴롭힘 측정도구가 피해자 식별에 초점을 맞춘 반면, 위험성 평가용 도구는 사업장 안에서 괴롭힘이 발생할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직문화, 리더십, 소통 방식, 업종별 특성까지 반영한 새로운 지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논의는 일터의 안전을 몸의 상처만이 아니라 정신적 손상까지 포함해 보자는 요구와 맞닿아 있다. 괴롭힘은 우울, 불안, 이직,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데도, 그동안 많은 사업장은 사건이 터진 뒤에야 대응해 왔다. 사전 점검 체계가 없으면 피해자는 침묵하고, 조직은 문제를 축소하며, 반복 피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제도화에는 난점도 적지 않다. 괴롭힘을 위험성 평가 항목에 넣더라도 사업장별로 양상이 달라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고, 평가 결과가 형식적 서류 작업으로 끝날 우려도 있다.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에 괴롭힘관리자를 두자는 제안 역시 인력과 비용 부담, 기존 고충처리기구와의 역할 중복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이 산업안전보건 관점의 접근을 강조하는 이유는 뚜렷하다. 괴롭힘을 개인의 예민함이나 갈등 관리의 실패로 돌려서는 예방이 어렵기 때문이다. 안전보건관리자처럼 전담 인력을 두고, 위험성 평가와 교육, 신고 대응, 재발 방지를 하나의 체계로 묶어야 조직은 비로소 괴롭힘을 관리 가능한 위험으로 다룰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