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호경 간호사, “마지막 시간을 어디서 보낼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말기 환자에게 통증 조절은 삶의 질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돌봄

대전보훈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를 찾은 날, 복도에는 '호스피스 최우수 전문기관'이라는 안내와 환자·가족이 남긴 감사 메시지들이 붙어 있었다. 국가유공자의 진료와 재활을 목적으로 출발한 대전보훈병원은 현재 입원형 호스피스와 가정형 호스피스를 운영하며, 대전·충청권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말기 환자의 마지막 삶을 돌보고 있다.
호스피스에는 병동에서 돌봄을 받는 입원형, 일반 병동에서 호스피스팀의 자문을 받는 자문형, 그리고 의료진이 환자의 집으로 찾아가는 가정형이 있다. 정호경 대전보훈병원 호스피스전문간호사는 이 가운데 가정형 호스피스를 담당하고 있다. 정 간호사는 가정형 호스피스가 "환자가 병원에 있고 싶은지, 집에 있고 싶은지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힌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8년 11월 대전보훈병원 가정형 호스피스가 시작될 때 합류해 현장을 세팅했고, 지금까지 집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려는 환자와 가족을 만나고 있다.
정 간호사에게 호스피스는 삶의 경험과 연결돼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 청년 시절 남동생의 임종, 꽃동네에서 만난 치매 어르신들의 마지막 순간을 돌본 경험은 그를 호스피스 간호로 이끌었다. 그는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마지막 길을 홀로 걷지 않도록 환자와 가족의 곁을 지키는 일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기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두 편에 걸쳐 소개한다. 첫 편에서는 가정형 호스피스의 의미와 역할, 말기 환자의 선택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Q. 호스피스 간호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간호 공부를 늦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사회복지를 공부했어요. 돌이켜 보면 제 삶에는 죽음과 돌봄의 경험이 일찍 찾아왔습니다.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여의었습니다. 너무 어려서 당시에는 죽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죠. 그런데 스물한 살 때 열여덟 살이던 남동생이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심폐소생술로 살리기는 했지만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고, 서울의 중환자실에서 두 달 가까이 치료를 받았습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도 없던 시절이었고, 가족들은 막대한 병원비와 긴 돌봄의 시간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결국 동생은 산소호흡기를 제거하고 기도삽관은 유지한 상태로 자의 퇴원했고, 저는 한 달 가까이 곁을 지켰습니다. 어느 날 새벽 눈을 떠보니 동생이 숨을 쉬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경험이 제가 처음으로 마주한 죽음이었어요. 이후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음성 꽃동네에서 10개월 정도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당시에는 꽃동네에 병원이 들어서기 전이었고, 치매 어르신들이 생활하는 시설에서 스물두 살의 나이로 어르신들을 돌보며 여러 차례 임종을 경험했습니다. 기저귀를 갈아드리다가 마지막 순간을 맞는 일도 있었죠. 그런데 임종하신 모습이 두렵지는 않았습니다. 중증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일이 몸은 힘들었지만, 제게는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누군가의 마지막 시간을 돌보는 일이 저와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결혼 후에는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사회복지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둘째 아이가 지체 장애를 갖고 태어나면서 의료 정보는 물론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조차 몰라 막막한 시간도 겪었습니다. 지금 호스피스 환자나 가족들이 저에게 전화를 걸어올 때 느끼는 그 절박함을 저는 잘 압니다.
더 늦기 전에 간호학을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서른이 넘어 간호대학에 들어갔고, 이후 호스피스를 전공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와 동생의 죽음, 꽃동네에서 만난 어르신들, 장애 자녀를 키운 경험까지 모든 과정이 저를 호스피스 간호의 길로 이끈 것 같습니다.
Q. 호스피스는 언제부터 생각하셨고, 어떻게 전문간호사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1995년쯤 신문 사설에서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호스피스 전문병원이 생길 것이라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상하게 그 기사가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때부터 호스피스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간호사가 된 뒤에는 자연스럽게 호스피스를 공부했습니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호스피스를 전문적으로 공부할 방법을 찾아봤고, 결국 충남대학교 대학원에서 호스피스를 전공해 전문간호사가 됐습니다. 이후 대전보훈병원이 가정형 호스피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호스피스 전문간호사로 입사했습니다. 2018년 입사 이후 가정형 호스피스가 시범사업 단계에 있을 때부터 참여해 현재까지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선생님이 보시기에 대전보훈병원은 어떤 병원입니까.
저는 '다행인 병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정형 호스피스는 의원이나 대학병원 등 여러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인건비, 시설 장비등 어려운 여건이 많습니다. 보훈병원은 가정형 호스피스가 자리잡도록 충분한 지원 체계가 있고 자리잡기까지 실적을 빨리 내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가정형 호스피스를 알리고 정착시키는 데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또 국고보조금을 운영할 때도 환자와 가족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는 데 큰 제약이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물품이나 장비를 적절한 시기에 지원해 드릴 수 있고, 현장에서는 그런 부분이 환자와 가족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면에서 보훈병원은 가정형 호스피스를 운영하기에 참 다행인 병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정호경 선생님은 가정형 호스피스를 담당하고 계신데요. 입원형과 가정형은 어떻게 구분되나요. 자문형까지 함께 설명해 주세요.
'호스피스'라고 하면 보통 입원하는 병동, 그러니까 호스피스 병동을 먼저 떠올리시잖아요. 그게 입원형입니다. 그런데 가정형이라는 게 나왔어요. 시범사업은 2016년부터 했고, 본 사업이 된 것은 2020년입니다. 가정형을 시작한 이유는 환자가 '나는 병원에 있고 싶다' 또는 '나는 집에 있고 싶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선택의 폭을 넓혀놓은 거죠.
그리고 자문형이라는 것도 있어요. 충남대병원, 대전성모병원, 건양대병원 등이 운영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말기 암 진단을 받았는데, 집으로 가기에는 배액관도 있고 여러 이유로 부담과 걱정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기에는 임종기의 환자들을 가까이에서 마주한다는 점 때문에 부담스럽게 느끼는 분들이 있죠. 그럴 때 일반 병동에 있으면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는 방식이 자문형입니다. 호스피스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팀으로 운영되거든요. 자문형은 일반 병동에 있는 말기암 환자에게 의뢰가 오면 이 팀이 찾아갑니다. 일반 병동에서도 호스피스 케어를 받을 수 있게 한 거죠.

Q. 호스피스 환자에게 중요한 통증 조절은 일반 병동에서도 하지 않나요. 마취통증의학과도 있고요.
물론 통증 조절을 합니다. 그런데 일반 병동 환자가 느끼는 통증과 말기 암 환자의 통증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아프다고 해서 진통제를 썼는데, 30분 뒤에 또 아프다고 하면 일반 병동에서는 진통제 투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추가 투약은 어렵다고 설명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호스피스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아요. 말기 암 환자에게는 통증 조절이 가장 우선입니다. 통증이 조절되지 않으면 다른 어떤 것도 하기 어렵습니다. 통증 조절이 돼야 웃을 수 있고, 지나온 삶의 돌아보고, 가족들과 대화도 나누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거든요.
말기 암 환자에게 '진통제를 더 증량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니 참으세요'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보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호스피스는 남아 있는 삶을 마지막까지 편안하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곳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말기 암은 어느 정도 여명 예측이 가능하지만, 치매는 암처럼 마지막 시기를 구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치매를 비롯한 비암성 질환 환자의 호스피스 이용도 꼭 필요해 보이는데요. 현장에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그 부분은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생애말기에 접어든 모든 환자가 호스피스 케어의 대상자가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다만 현재 입원형 호스피스는 암 환자에 한정돼 있습니다. 반면 가정형과 자문형은 대상 질환 범위가 조금 더 넓습니다. 말기 암 환자뿐 아니라 말기 에이즈 환자, 말기 만성 간경화 환자, 말기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환자도 대상에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또 다릅니다. 보훈병원도 가정형에서는 암 환자만 보고 있어요. 제도상으로는 대상 질환을 늘려놨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의료진이 가정에서 에이즈 환자를 볼 수 있을까, 암 환자만으로도 대상자가 많은데 말기 만성 간질환이나 호흡기 환자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호스피스가 아직 충분히 활성화돼 있지 않고, 제한된 인력 안에서 약물이나 상태 변화가 예민한 환자들을 진료하는 데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그 숫자도 부족하고 대도시에 집중해 있습니다. 가정형 호스피스도 방문 가능 거리의 제한이 있어 농어촌이나 시골 지역 환자들은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는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누구나 필요한 호스피스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호스피스 공급을 확대하고,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대상 범위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많은 환자와 가족이 호스피스를 권유받은 뒤에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현장에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 호스피스를 찾게 되나요.
호스피스라고 하면 '죽으러 가는 곳'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세요.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가면 다시는 못 나온다고 여기고요. 하지만 병원이라는 공간도 생각해 보면 내가 불을 끄고 싶을 때 끄지 못하고, 내가 TV 보고 싶을 때 마음대로 볼 수 없고, 의료진은 수시로 병실을 드나들죠. 병원은 안전하고 즉각적인 처치를 받을 수 있지만, 환자가 자기 방식의 생활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호스피스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는 대부분 입원형만 있는 줄 알고 전화를 합니다. 항암치료를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까지 받다가 어느 날 의사에게 '더 이상 항암치료가 어렵습니다. 호스피스를 알아보시는 게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듣고는 바로 '호스피스를 알아봐야지' 하는 환자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낙담하고, '이 병원이 잘못 진단한 거 아니야', '더 큰 병원에 갔어야 했나' 하면서 더 나은 치료 방법이 있는지 알아봅니다. 그러다가 여러 병원에서 거절당하고, 결국 통증이나 식사를 못하는 상황, 더 이상 집에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에는 포기하는 심정으로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해야 하나' 생각하고 전화를 하시죠. 그 과정에서 처음으로 가정형 호스피스가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보호자로서는 병동보다 집이 더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까지 가까이서 가족이 돌본다는 느낌도 있고요.
그렇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집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는 거죠. 제가 일반인 대상으로 호스피스 교육을 하면서 교육생들에게 '나에게 24시간이 남았을 때 내가 원하는 임종 장소는?', '누구와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은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고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인가?', '어떤 말을 남기고 싶고 마지막으로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등을 묻는 과제를 냈는데요. 10명 중 9명은 집을 선택합니다. 익숙하고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는 나만의 공간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거죠.
물론 병원을 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가정에서 임종하면 남아 있는 가족이 힘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고요. 자신이 너무 고통스러울까 봐 불안해서 병원을 원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정답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와 가족의 선택의 문제입니다.
Q. 우리 사회는 여전히 마지막 순간까지 적극적인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습니다. 호스피스 현장에서 보실 때 이러한 문화는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현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에요. 죽음으로 들어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인데, 죽음을 치료적 실패로 낙인찍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료가 발달하면서 좋은 병원과 좋은 의사를 선택하면 죽음을 지연하거나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죠. 그렇게 모든 순간을 치료와 회복의 관점으로만 보면 마지막 삶의 질을 놓칠 수 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아쉬운 점은 환자분들이 너무 늦게 호스피스에 의뢰한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항암치료가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져도 끝까지 치료를 이어가다가 상태가 많이 나빠진 후에야 호스피스를 찾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후에는 환자분도 가족들도 마음의 준비를 하거나 삶을 정리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한 채 임종기를 맞이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급성기 병원 의료진이 호스피스 대상 여부를 조금 더 이른 시기에 판단하고 연계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호스피스는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어디에서 보낼 것인지 환자와 가족이 함께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는 호스피스 의뢰 절차에도 일정 시간이 필요한데, 호스피스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여러 서류를 준비해야 하고, 등록을 위한 진료 과정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말기 환자에게는 그 과정 자체가 긴 기다림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필요한 돌봄을 받기 전에 임종을 맞는 경우도 있습니다. 좀 더 신속하게 연계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환자와 가족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국가유공자가 아닌 일반 환자도 보훈병원의 가정형 호스피스를 신청할 수 있나요.
보훈병원은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를 우선 지원하는 병원이지만 일반 환자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보훈대상자는 별도의 지원을 받는 반면, 일반 환자는 다른 병원과 동일한 기준으로 진료비가 부과됩니다.
가정형 호스피스 역시 보훈대상자뿐 아니라 일반 환자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을 적용해 본인부담금은 약 5%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금식 상태의 환자가 월·수·금 주 3회 방문 진료를 받으며 24시간 영양수액을 유지하고 필요한 약을 처방받는 경우에 한 달 비용은 대략 10만~15만 원 정도입니다. 생각보다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 편입니다.
Q. 가정형 호스피스를 이용하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한가요.
먼저 의사 진료를 봐야 합니다. 그전에 진단받은 병원에서 말기 암 내용이 있는 소견서가 필요합니다. 검사 기록이 포함된 의무기록 사본과 CT·MRI 등 영상 자료도 준비해야 합니다. 그 서류를 가지고 병원에 오시면, 진단받은 병원의 소견서와 의무기록을 바탕으로 본원 의료진이 호스피스 대상 여부를 확인한 뒤 의뢰가 이뤄집니다.
Q. 가정형 호스피스에서는 실제로 어떤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까. 병원에서 하던 치료를 집에서 계속 이어갈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가정형 호스피스를 단순 방문간호 정도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가정간호와 헷갈리시는 분도 있고요. 가정간호는 만성질환자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가정형 호스피스는 말기 환자, 즉 여명을 예측할 수 있는 환자를 위한 서비스입니다.
가정형 호스피스의 가장 큰 특징은 병원에서 받던 의료적 돌봄 상당 부분을 집에서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음식을 드시지 못해 금식 중인 환자도 가정에 머물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맞던 영양수액을 집에서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증 조절 역시 가능합니다. 병원에서는 주로 모르핀 주사를 사용하지만, 가정으로 갈 때는 패치나 경구약 등으로 바꿔 사용합니다. 환자와 가족이 약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필요하면 모르핀을 이용한 통증 조절 장비도 활용합니다. 수술 후 무통 주사처럼 일정 시간마다 정해진 양만 투여되도록 설정돼 있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수액 치료와 상처 소독, 배액관 관리, 소변줄 교체, 케모포트 관리, 혈액검사 등을 집에서 시행합니다. 수혈은 병원에서 받아야 하지만 알부민 투여는 가정에서도 가능합니다.
또 가정형 호스피스는 의료 서비스에 그치지 않습니다. 환자가 집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필요한 의료 장비를 지원하고, 가정 임종을 원할 경우 임종 준비 과정도 함께 돕습니다. 임종 이후에는 사별 돌봄 서비스까지 이어집니다.
Q. 그러면 입원형과 가정형은 서로 오갈 수 있는 관계인가요.
그렇습니다. 저는 입원형과 가정형이 친구처럼 왔다 갔다 하는 관계라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가정에 있다가 폐렴이 오면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 병동에 와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치료받고 다시 집으로 갈 수 있고요. 입원형 서비스를 받던 환자가 상태 유지가 돼서 가정으로 가기를 원하면 가정 호스피스로 연계합니다.
정 간호사는 "입원형과 가정형은 서로 대체하는 관계가 아니라 환자와 가족의 선택에 따라 오갈 수 있는 관계"라며, "환자가 남은 시간을 어디에서 보낼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정형 호스피스의 가치"라고 말했다.
다음 편에서는 정 간호사가 현장에서 만난 가정 임종 사례와 환자·가족들이 많이 묻는 말, 그리고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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