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에 흰 페인트 칠했더니...실내온도 3∼4℃ 낮아졌다

김나윤 2026. 6. 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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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모션엘리먼츠)

건물 지붕에 햇빛을 반사하는 흰색페인트를 칠하는 것만으로 집안 실내온도를 평균 3∼4℃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폭염 피해에 취약한 저소득 지역에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후위기 적응 수단으로 주목된다.

아프리카 취약계층의 폭염 적응을 연구하는 '합비아(Habvia)' 프로젝트 연구팀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가나의 주택 240가구를 대상으로 3년간 실내온도를 측정한 결과, 반사 흰색페인트를 칠한 주택의 한낮 실내온도가 칠하지 않은 주택보다 평균 3∼4℃ 낮았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실내온도 하락은 수면의 질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연구 참여자들은 지붕을 칠한 뒤 밤에 잠을 더 편안하게 잘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에게 수면·신체활동 측정기와 심부체온 센서를 착용하게 하고, 매년 여름 세 차례씩 혈당과 혈압, 소변 검사 등을 진행해 건강 영향을 추적하고 있다.

연구는 남아공 케이프타운 외곽 카옐리차 지역과 농촌 마을 음페고, 가나의 도시 지역 가마시와 농촌 지역 은콴타케세 등 모두 4곳에서 진행됐다. 케이프타운 카옐리차에서는 각각 30가구씩 모두 6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연구팀은 각 지역에서 지붕에 반사 흰색페인트를 칠한 주택과 칠하지 않은 주택을 나눠 비교했으며 도시와 농촌, 비교적 온화한 지역과 덥고 습한 지역을 함께 조사해 주거환경과 기후 조건에 따라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봤다. 주택 내부 벽면에 소형 센서를 설치해 온도를 측정하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수준도 함께 분석했다.

사용된 제품은 적외선을 반사하도록 설계된 특수 지붕용 페인트다. 연구진은 향후 수백만채의 주택에 적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는 남아공 제품을 선택했다. 기존에는 닭장 등 상업·농업시설의 온도를 낮추는 용도로 사용되던 제품이다.

합비아 연구책임자인 라라 듀가스 역학 교수는 "지붕에 반사 페인트를 칠하면 즉시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며 "수면 부족은 정신건강과 질병 예후에 악영향을 주고, 고혈압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어 수면 개선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만 반사 페인트가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위험을 직접 낮춘다는 점까지 확인하려면 장기간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남아공은 기후변화로 폭염 위험이 커지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남아공 주민들은 평균 13일의 폭염을 경험했다. 이 가운데 10.5일, 약 80%는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양철이나 석면 등 열을 쉽게 흡수하는 지붕이 많고, 단열시설과 냉방기기를 갖추기 어려워 폭염 피해가 더 크게 나타난다. 낮에 축적된 열이 밤까지 빠져나가지 않으면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 어려운 가구도 적지 않다.

카옐리차의 한 주민은 "예전에는 여름마다 집안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더웠고, 아이들도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며 "아직 덥기는 하지만 지붕을 칠한 뒤에는 햇볕이 강한 날에도 실내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사 페인트를 칠한 지붕은 건물 내부뿐 아니라 도시 전체의 온도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지붕이 햇빛과 열을 흡수하는 대신 반사하도록 만들면 실내로 전달되는 열이 줄고, 도시 열섬현상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4년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연구에서 가로수를 심는 것보다 지붕이나 옥상에 흰색페인트를 칠하거나 반사코팅을 하면 도심의 기온을 최대 2℃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붕에 식물을 심거나 태양광 패널로 덮는 것보다 '쿨 루프' 조성이 도시의 열을 식히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합비아 연구팀은 반사 페인트가 폭염 문제를 단독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냉방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지역에서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적응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설치 비용과 현지 생산 가능성, 유지관리 방식 등을 추가로 분석해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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