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스'가 바꾼 트럼프 AI 정책…美정부, 사전검증 도입
(지디넷코리아=한정호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AI) 기업이 개발한 첨단 AI 모델에 대해 출시 전 정부가 보안 검증을 실시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을 이유로 규제 최소화를 강조해온 기존 기조에서 일부 선회한 것으로, AI가 국가안보와 사이버보안에 미칠 잠재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들이 AI 모델을 일반에 공개하기 최소 30일 전에 정부에 제출해 검토받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가 자국 AI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국가 핵심 인프라와 보안 체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은 정부와 민간 기업 간 자발적 협력 체계를 기반으로 한 사전 검증 프레임워크 구축이다. 재무부와 국방부, 국토안보부 등 관계 기관은 기밀 벤치마킹 절차를 마련하고 AI 기업들은 자사 모델이 검증 대상인지 정부와 협의하게 된다. 정부는 출시 전 최대 30일 동안 모델에 접근해 보안 취약점과 잠재적 위험을 점검할 수 있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 90일 동안 정부가 AI 모델을 검토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업계 반발로 철회한 바 있다. 이후 백악관 내부 논의를 거쳐 검증 기간을 30일로 단축하는 절충안이 마련됐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검토 기간 단축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백악관 내부에선 AI 규제를 둘러싼 의견 충돌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 일부 인사는 첨단 AI 모델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주장한 반면, 전 백악관 AI·가상자산 책임자였던 데이비드 색스는 과도한 규제가 미국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했다. 최종안은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되 정부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행정명령에는 'AI 사이버보안 클리어링하우스' 설립 계획도 담겼다. 해당 조직은 AI 모델이 발견한 소프트웨어 취약점과 보안 위협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정부와 민간 기업 간 공유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미국 정부는 금융권과 주요 산업 분야 전문가들을 활용해 AI가 발견한 보안 결함에 대한 대응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정책 변화 배경에는 차세대 AI 모델의 급격한 성능 향상이 있다. 특히 앤트로픽이 개발한 차세대 모델 '미토스(Mythos)'가 대규모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거나 악용할 수 있는 수준의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정부와 금융권의 우려가 커졌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새로운 AI 모델이 금융 시스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은행권의 보안 대응 강화를 주문해온 바 있다.
테크 업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행정명령 발표 이후 백악관 관계자들과 후속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며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도 이번 조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데이비드 색스 전 백악관 AI 책임자는 "이번 명령은 AI 기업들이 신규 모델 출시를 지연하지 않으면서도 정부의 자발적 검증 체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다.
다만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의원과 시민단체들은 자발적 협력만으로는 위험한 AI 모델을 충분히 통제할 수 없다며 법적 의무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딘 볼 전 백악관 고문은 "이번 행정명령은 향후 AI 모델 인허가 체계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성격이 분명히 있다"며 "AI 산업에 대한 정부 감독이 점차 강화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정호 기자(jhh@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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