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먼저 말 거는 쇼핑…“검색 전에 조건부터 좁힌다”
쇼핑앱을 켜도 곧바로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품 조건을 비교하고 가격과 후기를 확인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길기 때문이다.

3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1월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4조1004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8.6% 늘었다. 이 가운데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18조8554억원으로 전체의 78.2%를 차지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네이버 쇼핑앱의 ‘AI 쇼핑 에이전트’가 한 단계 고도화된다. 단순히 상품 탐색을 돕고 요약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쇼핑 맥락을 읽고 먼저 대화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앞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에서 AI 쇼핑 에이전트 베타 버전을 선보였다. 당시 기능은 사용자가 쇼핑 키워드를 입력하면 상품 특성, 비교 기준, 리뷰 요약 등을 정리해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선제 제안’이다. AI 에이전트가 클릭·찜·장바구니 담기 같은 쇼핑 활동 이력과 최신 트렌드를 종합해, 사용자가 다음에 살펴볼 만한 방향을 먼저 건넨다.
예를 들어 최근 밀키트를 자주 검색한 1인 가구 이용자에게는 “최근 찾아본 밀키트 중 혼자 먹기 좋은 상품을 찾아드릴까요?”라고 묻는다. 장바구니에 수분크림을 담아둔 이용자에게는 “스킨케어에 관심이 있다면 함께 쓰기 좋은 제품도 찾아드릴까요?”라며 대화를 시작한다.
조건 제안도 더 촘촘해진다. ‘1인분 밀키트 중 10분 안에 완성되는 상품’, ‘3개 묶음을 1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상품’처럼 가격·수량·조리 시간 등 복합 조건을 AI가 먼저 선택지로 제시한다. 이용자가 긴 검색어를 직접 입력하지 않아도 상황에 맞는 상품군으로 바로 넘어가게 만드는 구조다.
온라인쇼핑에서 피로가 커지는 지점은 검색 이후다. 같은 상품이라도 가격·배송·용량·리뷰·구성품을 따져봐야 한다. 식품·뷰티·생활용품처럼 반복 구매가 잦은 카테고리일수록 비교 과정은 더 길어진다.
AI 쇼핑 에이전트는 이 과정을 대화형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검색창에 단어를 넣고 결과를 훑는 방식이 아니라, 사용자의 최근 관심사와 구매 가능성이 높은 조건을 AI가 묶어서 보여준다.
쇼핑앱 홈 화면에서 AI가 먼저 말을 거는 방식도 달라진 지점이다. 기존 쇼핑앱이 배너·기획전·추천 상품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이번 기능은 개인별 대화 시작점을 만드는 데 가깝다. 같은 앱을 열어도 이용자마다 다른 질문을 받게 되는 셈이다.
네이버 쇼핑의 강점은 방대한 상품 데이터와 리뷰, 가격 비교 기반이다. 문제는 선택지가 많을수록 이용자가 지치기 쉽다는 점이다. AI 쇼핑 에이전트는 이 방대한 정보를 이용자별 맥락에 맞게 압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 고도화는 커머스 경쟁의 무게중심이 ‘많이 보여주는 쇼핑’에서 ‘빨리 고르게 하는 쇼핑’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용자가 검색어를 고민하기 전에 AI가 조건을 묻고, 비교 기준을 좁히고, 구매 후보를 압축하는 흐름이다.
성패는 추천 정확도에 달려 있다. 이용자가 “내가 찾던 조건을 잘 짚었다”고 느끼면 쇼핑 시간은 줄어든다. 반대로 관심 없는 제안이 반복되면 AI 추천은 또 하나의 광고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한 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AI 쇼핑의 핵심은 상품을 많이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지금 필요한 조건을 얼마나 정확히 짚어내느냐”라며 “장바구니와 검색 이력을 활용한 선제 대화는 편리함을 줄 수 있지만, 추천 품질이 떨어지면 피로감도 함께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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