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는 이상적 목표... 북핵 동결로 선회해야”

박경훈 기자 2026. 6. 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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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北 정치 체제, 남북관계 등 연구 북한 전문가
역대 정부 잘못된 접근, 대북정책 실패 지속
단기 목표 핵·미사일 개발 중단으로 삼아야
한미일 협력 통해 북한과 협상 일괄 타결 필요
억지력 확보 위해 日 수준 핵잠재력 확보해야
북한에 정확한 정보 갖춰야 협상·억지 가능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이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해법을 제안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북한은 2023년 헌법 개정으로 핵무기 보유를 못 박았습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2일 서울 종로구 연구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 추진한 ‘북핵 빅딜’은 어려워졌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해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칭하는 등 북핵을 사실상 인정하는 상황이다. 정 부소장은 이 같은 한반도 안보 지형 변화와 관련 “정부가 ‘핵 없는 한반도’라는 이상적 목표 대신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를 통해 북핵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부소장은 2001년부터 세종연구소에서 북한 정치 체제와 남북관계·대북 정책 등의 분야를 연구해온 대북 전문가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비롯해 국방부·외교부·통일부 등 정부 안보 관련 부처들의 정책 자문을 담당한 바 있다.

정부가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 등 유화 조치를 통해 남북 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유지하며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또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의 실전 배치, 방공망을 뚫을 수 있는 무기인 집속탄 발사 시험 등 군사력 고도화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정 부소장은 이에 대해 “역대 정부마다 잘못된 대북 정책으로 실패가 이어졌다”며 “진보 정부의 선의를 갖고 대하면 북한이 호응할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 보수 정부의 북한을 압박하면 무너뜨릴 수 있다는 기대 모두 잘못된 접근”이라고 진단했다.

정 부소장은 대북 정책의 단기적 목표로 북한의 핵무기·장거리 미사일 개발 중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은 지난해 기준 최대 150기에서 2040년 429기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 역량이 강화되는 상황을 방치하는 것보다 동결을 통해 핵 위협의 증가 속도를 억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시급한 과제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최대 관심사인 경제 발전을 위해 유엔의 대북 제재 완화와 미국·일본과의 관계 정상화가 중요하다”며 “북한이 추가 핵무기·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이를 돕겠다고 하면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미국·일본과 협의를 통해 이를 공동의 목표로 삼고, 북한과 한·미·일 양측이 내놓을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일괄 타결하는 방식으로 현재의 교착 상황을 돌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해 정부의 독자적 핵무장 필요성도 언급했다. 정 부소장은 “일본은 핵비확산조약(NPT) 가입국이지만 농축·재처리를 통해 핵무기에 사용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갖고 있어 6개월 이내 무장이 가능하다”며 “우리도 이같이 핵무장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전달하는 것으로 대북 핵확산 억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가 미국과 합의를 통해 핵추진잠수함 확보에 나선 데 대해선 “과거 보수정권도 하지 못한 안보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하는 핵추진잠수함을 운용 중인 프랑스와 협력할 여지가 많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 부소장은 지난해 북한의 ‘최고 존엄’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분석하는 책 ‘우리가 모르는 김정은’도 출간했다. 그는 “김 위원장을 정확하게 알아야 북한에 대해 잘못된 기대를 하지 않고, 대북 협상 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고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미국 등 서구에서는 김 위원장을 고모부 장성택 처형,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악마화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김 위원장 출생지가 원산이고, 딸 김주애 위에 오빠가 있다는 잘못된 주장이 퍼졌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출생지는 평양, 자녀는 김주애와 여동생이라는 것이 정 부소장의 설명이다.

책은 한국어판, 일본어판에 이어 올 4월 프랑스어판도 나왔다. 내년에는 영어판을 출간할 계획이다. 그는 “북한학은 언어가 통하고 정보가 가장 많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설 수 있다”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북한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널리 알리고 북한의 국제화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이 2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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