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속 치러진 주요 선거, 인류 삶 어떻게 바꿨나
선거는 국가의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가속화하는 기후위기 속에서 환경 문제가 선거의 주요 이슈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 속 투표에서 기후대응 문제는 경제·정치 쟁점에 밀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후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졌던 선거들이 해외에서는 있었다.

에너지 전환이 표가 된 나라들
에너지 전환 정책이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사례가 있다. 지난해 호주와 캐나다의 선거는 같은 시기 비슷한 의제를 놓고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
호주 청정에너지위원회는 지난해 5월 치러진 연방총선을 '재생에너지 국민투표'로 규정했다. 앤서니 알바니즈 노동당 정부의 핵심 공약은 가정용 배터리 설치 비용의 30%를 지원하는 23억 호주달러 규모 보조금 사업과 2030년까지 전력의 82%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목표였다. 에너지 비용 절감이라는 시민의 생활 문제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하나의 공약으로 묶은 방식이었다. 상대인 자유국민연합의 피터 더튼 대표는 기후정책에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선거 결과는 노동당의 압승이었다. 더튼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에서도 낙선했다.

기후재난이 의제였던 선거
기후 의제가 생존과 직결됐던 선거도 있었다. 2018년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유럽 전역을 휩쓸었다. 같은 해 8월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를 시작했고, 이듬해 3월 전 세계 140만 명이 기후 파업에 참여했다.
두 달 뒤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녹색당(Greens/EFA) 계열은 2014년 52석에서 69석으로 의석을 늘렸다. 독일에서는 20.5%를 득표해 2014년(10.7%)의 거의 두 배를 기록했다. 2021년 유럽의회는 2050년 탄소중립과 1990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55% 감축을 법으로 못 박은 유럽기후법을 제정했다.
2021년 7월에는 독일 서부 라인란트팔츠주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기록적인 홍수가 발생해 180명 이상이 숨졌다. 두 달 뒤 치러진 연방선거에서 기후위기는 유권자들의 최우선 관심사가 됐다. 사민당(SPD)이 25.7%로 1위를 차지했고, 기민·기사연합(CDU/CSU)은 역대 최저인 24.1%에 그쳤다. 녹색당은 14.8%로 연방선거 역대 최고 득표를 기록했다. 선거 결과는 사민당-녹색당-자유당의 이른바 '신호등 연정'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의제 못 받아내는 공약들
그렇다면 우리나라 6·3 지방선거는 기후정책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이번에 선출되는 단체장들의 임기가 끝나는 2030년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간 기점이다. 지방정부가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건물·수송·에너지 분야 정책이 그 성패에 직결된다.
기후정치바람(녹색전환연구소·로컬에너지랩·더가능연구소 등 연대체)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통비·냉난방비 절감, 기후재난 안전망 구축, 지역 일자리 전환을 아우르는 10대 분야 30개 기후 정책을 제안했다. 기후 대응이 시민의 생활 비용, 안전, 일자리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을 공약으로 구체화한 시도였다.
하지만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이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후정치바람이 전국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624명의 공약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탄소중립 감축 목표를 직접 제시한 후보는 전체의 3.4%(21명)에 그쳤다. 에너지 전환 공약을 낸 후보 254명 중 215명은 햇빛·바람소득 단일 공약이었다.
광역단체장 후보 상당수가 데이터센터·AI 산업 등 전력 다소비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은 반면 재생에너지 보급 공약은 4건에 불과했다. 재생에너지를 탄소중립의 수단이 아닌 산업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의 조건으로 제시하는 경향이 뚜렷했다는 평가다.
정상훈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기후위기를 핵심 의제로 다루려는 정치세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시민세력, 그리고 다른 성격의 의제와 연결성이라는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며 "한국 사회도 일정한 조건은 이미 갖추고 있다. 기후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해결책으로 연결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