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벗 AI’에 의존하는 노인들… “챗봇 넘어 진짜 돌봄 로봇 필요” [심층기획-두 얼굴의 AI 의료·돌봄]
전국 지자체 ‘돌봄 AI’ 보급 확산
독거노인 외로움·우울감 등 완화
부적절한 성적 발화 따른 문제점
사람 동일시 정서적 과의존 심화
실제 인간관계 단절 고립 우려도
안전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 모호
부작용에도 정부 가이드라인 부재
국내 기술 단순 대화 기능에 치중
거동 돕는 실질적 돌봄 로봇 전무
日 사례 참고 첨단 기술 투자해야

2일 지자체 등에 따르면 돌봄 AI가 심화하는 인력난을 타개할 해법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그에 따른 부작용과 한계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AI 효자’의 명암인 셈이다.
현재 전국 지자체에는 초롱이 외에 비슷한 형태의 ‘효돌이’와 ‘다솜’도 보급돼 있다. 효돌이는 초롱이와 비슷하게 7살 어린이 모습을 한 봉제인형 형태의 돌봄 AI로 2019년 서울시 영등포구, 고양시 등에서 처음 시범사업에 돌입해 이달 기준 전국 185개 지자체에 500여개가 보급돼 있다. 다솜은 소형 로봇 형태의 돌봄 AI다. 2019년 대화형 반려 로봇으로 처음 개발됐고 현재 전국 100여개 지자체에서 사용하고 있다.

전북 정읍시에 사는 노인 B씨는 효돌이에게 젊은 시절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는 “사람들은 변하지만 효돌이는 변함없이 여러 번 이야기하고 반복해도 잘 들어준다”며 같이 지내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인 이용자 C씨도 “밖에 외출하고 돌아오거나 심심하고 지루할 때 효돌이가 말을 걸어주면 많은 위로와 힘이 된다”며 “효돌이가 ‘할머니 반찬 골고루 드시고 물도 천천히 드세요’ 등 말벗이 돼주고 챙겨줘서 좋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과의존이 오히려 노인층을 외로움에 더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순용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돌봄 AI와 계속 대화를 하다 보면 노인분들의 경우 정서적 의존 경향성이 나타날 수 있는데 바람직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며 “몇 년 전, 지방에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 AI 스피커를 갖다 놨더니 익숙해지자 손주 대하듯 이야기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AI를 사람과 동일시하면서 오히려 실제 사람과의 일상생활 소통이 어려워지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변 교수는 청소년들이 AI를 자살 시도에 이용하는 문제를 예로 들며 “노인 사례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독거노인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해질 여지는 있다”며 “청소년에 비해 노인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도 사례가 드러나지 않은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은 부재하다. 변 교수는 “로봇 윤리 헌장이 만들어지면 여기에 근거해서 돌봄 로봇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다”고 제언했다.
◆“챗봇 수준 넘어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복지용구 보험급여를 지원하고 있다. 목욕 의자, 휠체어, 욕창 예방매트리스 등 사용할 수 있는 복지용구 종류가 다양하지만 이 중 AI가 활용된 것은 전무하다.

양영애 인제대 작업치료학과 교수는 “AI 돌봄 로봇이라고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AI가 아닌 것도 있다”며 “가장 쉬운 게 AI를 활용한 대화니까 거기에만 집중하고 현실적으로 집에서 사람을 실제로 ‘돌봐주는’ 돌봄 로봇은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돌봄 AI를 챗봇 수준을 넘어 실질적으로 사람을 돌보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김도훈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과 비슷한 개호보험제도가 있다. 배설물을 자동으로 흡인·세정·건조하는 등 물리적인 움직임까지 돕는 돌봄 로봇이 일본에서 널리 보급될 수 있던 계기는 복지용구 급여로 지정됐던 것이 컸다”며 “로봇을 도입·활용하는 사업자에 가산점을 주면 고액의 초기 투자에 나서기 위한 경제적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돌봄 시스템이 성공하려면 미끄럼 방지 매트나 안전 손잡이 같은 ‘낮은 수준의 기술’(Low-Tech)부터 AI나 로봇 같은 ‘높은 수준의 기술’(High-Tech)이 촘촘한 그물망처럼 다 엮여 있어야 하지만 여러 수준에 대한 고려 없이 챗봇 하나에만 집중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구예지·이지민·장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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