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상민 “멀리 보내라” 한마디에…‘관저 예산 전용’ 반대 공무원 귀양갔다

허진무 기자 2026. 6. 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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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우두머리방조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윤석열 정부 당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를 위한 예산 전용 지시에 반대한 공무원들을 “멀리 보내라”고 지시한 정황을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이 파악했다. 이 공무원들은 승진에서 배제된 뒤 세종시 밖으로 전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종합특검은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최근 행안부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종합특검은 이들로부터 이 전 장관이 2022년 대통령 관저 예산 전용 지시에 반대한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청사본부) 공무원들을 “멀리 보내라”고 행안부 인사 라인에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장관이 지목한 공무원들은 그해 하반기 인사 때 승진하지 못했다. 연말 인사 때는 행안부와 청사본부가 위치한 세종시에서 다른 지역으로 좌천성 전보 발령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종합특검은 이런 ‘보복 인사’가 당시 대통령실(현 청와대)이 조직적으로 불법 예산 전용을 밀어붙인 혐의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이라고 본다.

종합특검은 2022년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던 인테리어업체 21그램의 관저 공사비용이 기존 예산을 초과하자, 이 전 장관이 행안부 청사본부에 ‘예산을 전용해 추가 비용 28억원을 충당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파악했다. 담당 공무원들은 예산 전용 지시를 받자 상부에 문서를 올려 “지시를 받아들이기 어려우니 차라리 인사 조치를 해달라”고 항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특검은 지난달 22일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윤재순 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구속되기 전 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도 인사 보복 정황을 제시해 혐의의 중대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합특검은 오는 4일 이 전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을 상대로 당시 대통령실이 행안부에 예산 전용을 지시한 과정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김 여사가 개입했는지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김 전 실장이 이 전 장관에게 직접 연락해 행안부 예산 전용을 요청했다는 것이 종합특검의 시각이다. 윤 전 비서관이 행안부에 “기재부 정리 완료”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가 행안부 예산 사용을 승인한 것으로 파악했다.

종합특검이 대통령실 최고 책임자인 김 전 실장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2022~2024년 감사원이 관저 이전 의혹을 부실 감사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종합특검은 지난달 14일 윤석열 정부 감사원 실세로 불렸던 유병호 감사위원의 자택과 감사원을 압수수색했다.

종합특검은 감사원 ‘운영 쇄신 태스크포스(TF)’ 점검 결과 2023년 3월 감사원 사무총장이었던 유 감사위원이 담당 과장에게 “21그램은 대면 조사 말고 서면 조사하라”고 지시한 사실 등을 살펴보고 있다. 종합특검은 압수물 분석과 관계자 조사를 마치는 대로 유 감사위원에게 피의자 조사에 출석하라고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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