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은 건강한 사람의 특권이자 의무[이희용의 세계시민]
타인 돕고 수혈대비·간이검진…헌혈은 ‘일석다조’ 나눔 실천
평균수명 늘고 헌혈대상 줄어…69세인 헌혈정년 연장 기대
[언론인·이데일리 다문화동포팀 자문위원] 현재 16~69세인 헌혈 가능 연령이 대폭 늘어난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2차 혈액관리 기본계획을 확정하며 내년 상반기 이전에 상향 조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상한선을 75세로 높이는 방안, 연령 제한을 없애는 대신 헌혈 경험 등 조건을 두는 방안 두 가지를 놓고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4년 헌혈자 통계를 직업별로 보면 학생(35.4%), 회사원(34.3%), 군인(11.7%) 순이다. 연령별로는 20대(35.5%)와 10대(19.3%)가 1·2위를 차지한다. 학생과 군인에게는 봉사점수(4시간), 군입대 가산점, 포상휴가 등의 특전을 준다. 공무원도 헌혈하면 공가를 사용할 수 있다.
학생 헌혈자가 많다 보니 방학, 연휴, 중간·기말고사 때마다 혈액 부족 현상이 반복된다. 외국 여행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귀국 후 4주간은 헌혈이 금지된다. 말라리아가 1970년대 말 자취를 감췄다가 1990년대 중반 이후 다시 나타난 것도 걱정거리다. 군부대가 많은 경기 파주·연천, 인천시 강화, 강원 철원은 말라리아 보균 지역이어서 헌혈이 제한된다.
헌혈자에게 제공하는 기념품으로 가장 인기가 높던 영화관람권이 지난해 가을부터 중단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영화관 제시 금액이 대한적십자사 예산을 초과해 계약이 거듭 무산됐기 때문이다. 현재 5000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이나 편의점·패스트푸드 이용권, 손톱깎이 세트, 휴대전화 보조배터리 등의 기념품을 주고 있다. 올해 초 일부 헌혈의집에서는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를 제공해 헌혈자가 몰렸으며 이달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1개월 구독권을 추가했다.

보건복지부가 헌혈 정년 연장과 함께 △말라리아 위험 지역 세분화 및 보류 기간 조정 △훈격 상향과 문화·스포츠 행사 초청 등 다회 헌혈자 예우 강화 △10~20대 선호 기념품 개발 등을 추진하기로 한 배경이다.
6월 14일은 세계 헌혈자의 날이다. 2004년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적십자사연맹 등이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고 헌혈자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제정했다. 이날은 ABO식 혈액형을 발견한 오스트리아 출신 병리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의 생일이다. 올해로 그가 혈액형에 따른 응집 현상을 밝혀낸 지 125주년을 맞았다. 이때부터 수혈이 가능해져 많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독일과 일본 등에서는 지역별·인종별 혈액형 분포 차이를 민족 간 우열로 해석해 국수주의나 식민지 지배에 활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혈액형은 물론 피부 빛깔이나 모발 형태 등 그 어떤 신체적 차이도 종족 간 우열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될 수 없음이 현대과학으로 밝혀졌다. 한때 일본에서 유행하고 우리나라로도 번진 혈액형과 성격 연관설도 전혀 근거가 없다.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거나 대체할 수 없고 장기 보관이 불가능하다. 큰 수술을 받거나 출혈이 심할 때도 수혈이 필요하지만 백혈병이나 골수암 환자에게는 혈액제제를 주기적으로 투여해야 한다. 헌혈증 한 장으로 혈액 400cc나 혈액제제 한 팩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혈액제제는 수십만 원씩 하기도 해 백혈병 환자 가족은 헌혈증 구하는 게 큰일이다. 혈액관리법에 따라 헌혈증 매매는 엄격하게 금지된다.

헌혈하고 싶어도 건강 때문에 못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헌혈은 건강인의 특권이자 의무다. 요즘은 젊은이 못지않게 건강한 고령자가 수두룩하다. 30회 은장, 50회 금장, 100회 명예장, 200회 명예대장, 300회 최고명예대장 등의 영예를 코앞에 두고 헌혈을 중단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아쉬운 일이다. 하루빨리 헌혈 정년이 연장되기를 기대한다.

최은영 (eun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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