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3개월 연속 1조 돌파…돈은 AI 딥테크로 몰렸다
시드투자 43%, AI·로보틱스 분야 집중

국내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금액 기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자금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기보다 인공지능(AI)·로보틱스 등 딥테크 분야와 검증된 연구자 창업팀에 집중되는 ‘선별적 반등’ 양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국내 대표 스타트업 자본시장 데이터베이스 기업 더브이씨(The VC)가 공개한 ‘2026년 5월 국내 스타트업 투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비상장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대상 투자 건수는 총 88건, 투자 금액은 3조354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사 두나무의 2조2160억 원 규모 대형 구주 인수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를 제외하더라도 월간 투자 금액은 9950억 원으로 1조 원에 육박했다.
이는 2022년 투자시장 침체가 본격화된 이후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월간 투자 규모 1조 원을 돌파한 기록이다.
다만 투자 회복의 온기가 시장 전체로 고르게 퍼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올해 5월까지 100억 원 이상 규모의 초기 단계(시드~시리즈A) 투자 건수는 총 3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들 라운드를 통해 집행된 투자금은 829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 급증했다.
전체 초기 투자금 가운데 초기 빅딜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확대됐다. 올해 전체 초기 투자금의 75%가 대형 초기 라운드를 통해 집행됐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5% 대비 30%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투자 쏠림 현상은 AI·로보틱스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시드 단계 전체 투자 건수 가운데 43%가 AI·로보틱스 분야에 집중됐다.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기술 검증 가능성이 높은 딥테크 기업에 자금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AI 스타트업 아스테로모프와 컨피그인텔리전스는 시드 라운드임에도 각각 400억 원대 투자를 유치했다.
두 회사 모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카이스트 등 국내 주요 연구기관 출신 연구자들이 창업한 기업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순한 사업 아이디어보다 창업팀의 연구 역량과 기술 구현 능력을 핵심 투자 판단 기준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반면 비(非)딥테크 스타트업의 초기 자금 조달 환경은 상대적으로 더 녹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벤처투자 시장이 양적 회복 국면에 진입했지만, 실제로는 기술력과 창업팀 경쟁력이 검증된 일부 기업 중심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야별로는 블록체인·디지털자산 섹터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디지털 자산 제도화와 금산분리 규제 완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금융권의 디지털 금융 인프라 선점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대표 사례로는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하나금융지주 등이 참여한 두나무 구주 인수(약 2조2160억 원)와 한국투자증권의 코인원 지분 인수(약 1600억 원)가 꼽힌다.
이는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확보를 통해 차세대 디지털 금융 인프라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금융권의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더브이씨는 “투자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자금이 모든 기업에 고르게 공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AI·로보틱스를 비롯한 딥테크 분야와 검증된 창업팀을 중심으로 자본이 집중되는 선별적 투자 기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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