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랠리 과열 경고에도, 월가 큰손들은 아직 베팅 중[천조국 리포트]

염현석 기자 2026. 6. 3.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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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두 달간 16% 급등…비침체기 기준 1987년 전례
버크셔, 알파벳·주택업체에 170억달러 투입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닷컴버블과 지금과는 다르다"

(뉴욕=머니투데이방송) 염현석 특파원= 미국 증시의 인공지능(AI) 랠리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커지고 있다. S&P500지수가 지난 4~5월 두 달 동안 16% 넘게 오르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자, 월가에서는 과열 경고가 나오고 있다. 다만 대형 투자자들은 시장을 떠나기보다 실적과 현금흐름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선별해 접근하는 모습이다.

◆ 두 달간 16% 급등…1987년 전례 소환
도이체방크 리서치에 따르면 S&P500이 4~5월 두 달간 16% 넘게 오른 사례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네 차례뿐이다. 세 차례는 코로나19 충격 직후인 2020년 4~5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3~4월, 1차 오일쇼크 이후인 1975년 1~2월처럼 경기침체나 대형 충격 이후 반등 국면이었다.

문제는 지금이 침체 직후 반등 국면은 아니라는 점이다. 비침체기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전례는 1987년 폭락 직전이다. 도이체방크의 헨리 앨런 매크로 전략가는 "랠리 속도는 침체에서 벗어나는 경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최근의 모든 전례를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기대감은 대형 기술주를 계속 밀어 올리고 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최근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에 합류했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마벨테크놀로지도 다음 반도체 1조달러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빡빡한 기업 신용 스프레드, 소비자 저축률 하락, 호르무즈 해협 폐쇄 장기화에 따른 유가 변수는 부담으로 남아 있다.

◆ 버크셔는 170억달러 베팅…알파벳까지 담았다
그럼에도 대형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시장 이탈보다 선별적 참여에 가깝다. 워런 버핏의 후계자인 그레그 아벨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는 취임 이후 며칠 사이 170억달러에 가까운 대형 거래를 단행했다. 버크셔는 주택건설업체 테일러모리슨홈을 부채 제외 68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고, 알파벳의 AI 자금 조달과 연계된 사모 투자에도 100억달러를 투입했다. 3월 말 기준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은 약 4000억달러였다.

알파벳 투자는 버크셔의 투자 영역이 기술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버핏은 오랜 기간 기술주 투자를 피해왔고, 애플 투자도 기술주가 아니라 소비재 투자로 설명해왔다. 그러나 아벨은 알파벳에 시장가보다 6.5% 할인된 조건으로 투자했다. 메릴랜드대의 데이비드 카스 교수는 "구글 할인은 2008년 골드만삭스 등에 대한 버크셔 투자와 닮았다"고 평가했다.

버핏도 아벨의 속도를 공개적으로 평가했다. 버핏은 테일러모리슨 인수 이후 "그레그는 내가 할 수 있었던 것보다 더 빠르고, 더 매끄럽게 해냈다. 그는 출발했다"고 말했다.

◆ 닷컴버블과 다른 점은 '현금흐름'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도 시장을 떠날 단계는 아니라고 봤다. 그는 "우리는 특별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크지만 시장이 계속 오르는 환경에서는 "계속 머물러야 한다"는 판단이다.

리더는 시장 전체가 과도하게 비싼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와 기술주를 제외하면 주식시장 상승률이 "6%"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매그니피센트7의 주가수익비율은 26배 수준이고, 일부 기업의 이익 성장률은 3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S&P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21배, 이익 성장률 전망은 2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다만 리더도 쏠림 위험은 경계했다. 그는 개별 종목의 쏠림과 모멘텀 거래가 과거보다 강해졌다고 보고, 많이 오른 종목에 대해서는 옵션을 활용해 위험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200% 넘게 오른 마이크론에 대해 콜옵션을 매도한 사례도 언급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실제 투자수익률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월가의 논쟁은 AI 랠리가 곧바로 꺼질 버블인지보다, 빠른 상승 속도와 종목 쏠림을 실적이 얼마나 뒷받침할 수 있느냐에 맞춰지고 있다. 1987년 전례를 떠올릴 만큼 상승 속도는 빠르지만, 닷컴버블 당시와 달리 대형 기술기업들이 실제 이익과 현금흐름을 갖고 있다는 반론도 크다. 리더 최고투자책임자는 현재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이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성장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비교하면 닷컴버블 때보다 훨씬 편안하게 느낀다"고 주장했다.

염현석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