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비, 가격만 묶으면 되나? [생명과 공존]
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진료실에서 보호자가 자주 꺼내는 말이 있다. "검사는 꼭 해야 하나요." 이 질문 앞에서 수의사도 망설이게 된다. 아픈 곳을 살피기 전에 비용부터 계산해야 하는 현실을 알기 때문이다. 최근 선거 공약으로 '진료비 표준수가제'와 '공공동물병원'이 거론되는 것도 이 오래된 부담 때문이다. 다만 진료의 질도 함께 지킬 수 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사람 병원처럼 가격을 정해두면 동물병원비도 싸지지 않을까. 흔히 떠올리는 생각이다. 동네 의원에서 감기 진료를 받고 3,000원만 내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3,000원은 실제 진료비의 일부일 뿐이고, 나머지는 건강보험이 채운다. 동물병원에는 공적 건강보험이 없다. 진료비 대부분을 보호자가 직접 낸다. 사람 병원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 이른바 비급여는 병원마다 가격 차이가 난다. 동물병원 진료는 거의 전부가 비급여 구조 위에 있다. 보험이나 보조 없이 상한선만 정하면, 부담은 줄어도 진료의 질이 함께 깎이기 쉽다.
독일의 표준수가제를 근거로 드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독일 방식은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항목마다 기본 진료비를 정하고, 병원 사정에 따라 그 기본값의 세 배까지만 받게 한다. 최고선과 최저선을 함께 둔 것이다. 너무 비싸게 받는 것도, 너무 싸게 경쟁하다 진료의 질이 무너지는 것도 막기 위해서다. 최근 거론되는 상한액 방식은 위로만 막을 뿐, 아래로는 얼마든지 내려갈 수 있다. 국회 전문위원실도 상한액을 일률적으로 정하면 병원별 여건을 반영하기 어렵고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공공동물병원도 마찬가지다. 공공성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문제는 공공성을 건물 하나로 이해하는 데 있다. 큰 병원을 새로 지어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이동 수단이 없는 보호자에게 멀리 있는 시설은 쉽게 닿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가까운 동네 병원을 계속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지원이다. 같은 예산이라면 취약계층 보호자에게 진료 바우처를 지급, 동네 병원에서 쓸 수 있게 하는 게 낫다. 동물병원 진료비에 붙던 부가세를 대부분 면제한 것도 같은 길이다.
수의사들도 현실이 편하지 않다. 누가 나빠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생명을 돌보는 일이 오랫동안 개인의 지갑에만 맡겨져 왔을 뿐이다. 보호자가 진료실에서 비용부터 묻지 않아도 되는 날은, 가격표 하나를 고쳐서 오지 않는다. 사회가 그 부담을 어디까지 함께 나눌지에서 시작된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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