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는 알지] 녹색 가루의 매력…어디나 어울리는 ‘말차’ 알지?

이휘빈 기자 2026. 6. 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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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tea)는 알지] (2) 말차
햇볕 가려 재배해 선명한 녹색과 감칠맛 특징
연하고 거품 있는 ‘박차’와 걸쭉하고 진한 ‘농차’
차선 없어도 괜찮아…소형 전동거품기로 충분
소량 구입해 빠르게 쓰는 것이 최선의 보관법
차선으로 말차를 만드는 모습. 가예원

요즘 해외 음료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색은 ‘녹색’이다. 미국의 건강 식품 편집숍 ‘에레혼’에서는 말차라테가 불티나게 팔리고, 해외와 국내 카페도 앞다퉈 말차 메뉴를 내놓고 있다. 그런데 정작 “말차 한잔 마셔볼까” 하면 어쩐지 낯설게 느껴진다. 말차가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에 응용되고는 있지만 실제 말차를 마시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이제 집에서도 제대로 된 말차를 만들어보자. 

찻잎 자체를 마신다 ‘말차’
클립아트코리아
말차는 찻잎을 갈아 만든 분말을 물에 풀어 통째로 마시는 차다. 덕분에 일반 녹차보다 카페인·테아닌·엽록소를 훨씬 많이 섭취할 수 있다. 원료가 되는 찻잎은 수확 전 3~4주간 햇빛을 차단하는 차광(遮光) 재배를 거친다. 햇빛을 차단하면 찻잎은 더 많은 빛을 흡수하려 엽록소를 늘린다. 그 결과 녹색이 더 선명해지고, 감칠맛도 더 깊어진다.
고려·신라 시대에도 마셨던 차
말차 문화가 크게 꽃핀 곳은 일본이다. 16세기 다인(茶人) 센리큐(千利休)가 와비차(侘び茶)를 정립하면서 일본 문화의 중심에 자리잡았다. 다만 말차의 뿌리는 중국 당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우리나라도 신라·고려 시대까지는 말차를 마신 기록이 남아 있다. 

명나라 주원장의 잎차 전환 칙령(1391년) 이후로 중국과 한국 모두 잎차를 더 즐기며 말차 문화도 일상에서 찾기 힘들어졌다. 그래도 한국에선 사찰을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왔으며, 현대에는 한국식 말차도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어떻게 골라야 하지? 향과 색을 살펴야
말차의 색은 선명한 청록색이나 옥색이 좋다. 가예원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진 말차, 막상 구입하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온라인 쇼핑몰에는 ‘세레모니얼(다도) 그레이드’나 ‘컬리너리(요리) 그레이드’로 분류한다. 이 분류는 국제 규격이나 법적 기준은 없으며, 업계에서 편의상 나눈 것이다.

품질을 판단하는 기준은 향과 색이다. 뚜껑을 열었을 때 풋풋하고 은은한 향이 올라와야 한다. 퀴퀴하거나 밋밋한 향이 난다면 산화가 진행된 것이다. 색은 대체로 선명한 청록색이나 옥색이 좋다. 다만 색은 절대 기준이 아니다. 일본 3대 명차인 교토 우지 말차 중에는 오히려 연한 황록빛을 띠는 것도 있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20~40g 소량 제품을 권한다.

대나무로 만든 차선, 어떻게 사용하지?
100본(왼쪽)과 120본 차선. 가예원
말차에 관심을 가지면 차선(茶筅)이 눈에 띈다.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 만든 솔 모양의 도구로, 말차와 물을 섞어 고운 거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문정희 가예원 전통문화원장은 “차선을 사용할 때는 원을 그리듯 젓는 것이 아니라 손목 스냅을 살려 앞뒤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쓰기 전에는 차선을 따뜻한 물에 잠시 담가 물을 머금게 한다. 건조한 상태에서 바로 찻물에 넣어 세게 움직이면 대나무살이 부러질 수 있다. 차선을 움직일 때 차완 바닥을 긁듯 누르는 것도 금물이다. 차선은 대나무살 수에 따라 80본, 100본, 120본 등으로 나뉜다.

차선이 없어도 거품이 잘 나오는 말차를 만들 수 있다. 문 원장은 “소형 전동거품기나 수동 거품기, 또는 티스푼을 활용해도 좋다”고 설명했다. 

집에서 만들 때, 연한 맛과 진한 맛
말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듣는 낯선 단어가 있다. 박차(薄茶)와 농차(濃茶)로, 농도가 기준이다.

그릇(다완)은 지름 12㎝ 전후, 높이 8㎝ 전후의 입구가 넓은 것이 좋으나, 대체로 집에 있는 큰 도자기 사발이면 충분하다. 다만 밥그릇 크기의 작은 그릇은 어울리지 않는다.

박차는 말차 2g에 70~80℃ 물 70~80㎖를 넣는다. 차숟갈(차시)이 없다면 티스푼을 기준으로 한가득 담으면 약 2g이다. 이를 체에 걸러서 다완에 담는다. 처음부터 바로 물을 넣지 않고, 물을 조금(10㎖) 부어 페이스트를 만든다. 이후 나머지 물을 붓고 차선으로 젓거나 전동 거품기로 거품을 낸다. 감칠맛과 함께 은은하고 쌉싸름한 맛이 특징이다.

농차는 말차 4g에 70~80℃ 물 30~40㎖를 넣고 천천히 섞는다. 걸쭉하고 무게감 있는 맛이 특징이지만, 맛이 진하게 느껴진다면 우유에 섞어서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좋은 차라도 공복·잦은 섭취 조심
말차에 함유된 카테킨 성분은 소화기관에서 철분과 결합해 체내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특히 찻잎을 통째로 갈아 마시는 말차는 우려내는 잎차보다 이 성분을 한번에 많이 섭취하게 된다.

일본 전통 다도에서 농차는 화과자를 먼저 먹은 뒤, 다완 한개에 담긴 차를 여러 사람이 조금씩 나눠 마신다. 공복을 피하고 양도 자연스럽게 제한된다. 하지만 지금은 말차라테나 말차를 활용한 음료 등으로 하루에 여러 잔을 마시기 쉬워졌다.

문정희 원장은 “가임기 여성, 채식주의자, 임산부, 빈혈이 있는 사람은 주의하는 게 좋다”며 “든든히 식사한 후에 말차를 마시는 게 좋으며, 하루 1~2잔을 기준으로 오전에 마시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보관은 서늘하게, 결로현상 주의
말차는 가루 형태라 잎차보다 훨씬 섬세하게 보관해야 한다. 여름에는 2주, 겨울에는 1개월 안에 쓸 양이라면 밀봉 후 빛과 열을 피한 서늘한 곳에 두는 것으로 충분하다. 더 길게 보관해야 한다면 밀봉 용기에 담아 지퍼백에 싸서 냉장고 안쪽 깊은 곳에 넣는다. 미개봉이라면 냉동 보관도 가능하다.

다만 냉장·냉동된 말차 모두 냉장고에서 꺼낸 직후 바로 개봉하면 안 된다. 결로 현상으로 말차가 순식간에 눅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냉장은 2~4시간, 냉동은 전날 냉장실로 옮긴 뒤 당일 상온에서 2~4시간 두었다 개봉한다.

 식재료로도 잘 어울리는 말차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
유통기한이 가까워진 말차라면 요리용 향신료나 고명으로 활용해보자. 향은 줄었어도 색과 맛은 충분히 남아 있다. 일본에선 말차와 소금을 1:1로 섞은 말차소금을 사용하기도 한다. 두부구이, 튀김, 생선구이에 찍어 먹으면 기름진 느낌을 정리해주고 재료의 맛을 끌어올린다. 또 삼겹살 등 육류나 생선 밑간으로 말차 가루를 사용하면 잡내를 제거할 수 있다.

디저트 고명으로도 잘 어울린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나 우유 빙수에 말차 가루를 뿌리거나, 버터에 말차를 섞어 빵에 발라도 좋다. 말차의 향기가 어우러져 새로운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도움말=‘일본녹차수업’(문기영 지음, 이른아침)

커피 파는 카페에 가면서도 ‘차 한잔 하지’ 하는 우리들의 무의식에는 ‘어떤 차’가 숨어 있을까? 최근 MZ세대 사이에서도 차 마시는 일이 트렌드가 된 가운데, 대한민국과 세계에서 즐겨 마시는 다양한 차를 만나본다. 생활 속에서 차를 맛있게 마시는 요령과 다구 관리법도 함께 소개한다. 이 기사는 ‘디지털농민신문’에서 한발 앞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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