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수요 급증… ‘환율 1500원 시대’ 일상화 되나
18거래일 동안 50조 빠져나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2거래일 연속 1500원을 넘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11거래일 연속이었던 기록을 깼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516.4원으로 주간 거래(오후 3시30분 기준)를 마감했다. 지난달 15일 이후 12거래일 연속 1500원대다. 환율이 치솟으면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 부담이 커지고, 소비자들은 높은 수입 물가를 감내해야 한다.
중동 전쟁이 발발한 이후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원화는 상대적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높은 역전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해외 자본이 원화를 들고 있을 유인 자체도 줄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팔며 달러로 바꿔 나가고 있는 것도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인다. 외국인은 2일 국내 주식 시장에서 6조3191억원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역대 3번째로 많은 규모다.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18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이 기간 50조원 정도가 빠져나갔다.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가 진정돼야 환율이 잡힐 것으로 본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종전이 돼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전면적으로 풀리지 않는 한 유가가 잡히기 힘들고, 이로부터 기인한 고환율은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원화의 근본적 매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한국은 기축통화국도 아니고, 반도체 등을 제외하면 견실한 기업도 많지 않아 투자 매력이 낮은 게 현실”이라며 “경직된 노동 시장과 반도체 쏠림 현상 등을 해소하지 않는 한 원화 수요를 크게 늘리기 역부족”이라고 했다.
다만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기준금리가 올라갈 경우 환율 압력이 낮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달러 공급이 확대되고, 금리 인상으로 한미간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 환율이 내려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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