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CEO 再방한 이유…한국 기업과 ‘AI 동맹’ 강화 [더 나은 경제 SDGs]

2026. 6. 3. 00:0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엔비디아가 한국 기업인을 위해 마련한 만찬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에 참석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세번째부터). SK하이닉스 제공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번주 한국을 찾는다. 대만 컴퓨텍스 기간에 맞춰 열린 ‘GTC(엔비디아 연례 AI 콘퍼런스) 타이베이 2026’ 일정을 마친 뒤 방문하는 것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약 7개월 만의 재방한이다. 방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도체주가 상승했고, 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11포인트(0.15%) 오른 8801.49에 마감해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사상 처음 8900선을 돌파해 8933.62까지 올랐다.

방송사 tvN은 황 CEO가 방한 기간 토크쇼 ‘유 퀴즈 온 더 블럭’ 녹화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방송은 이달 중 공개될 예정이며, 시가총액 전 세계 최정상권 기업의 CEO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다만 국내 그룹 총수와의 구체적 회동 일정과 장소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황 CEO는 지난 1일 저녁 대만 타이베이의 한 식당에서 엔비디아가 한국 기업인을 위해 처음 마련한 만찬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를 열었었다. 이 자리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 정수헌 LG사이언스파크 대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등이 참석했다. 황 CEO는 이 자리에서 “한국은 엔비디아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반도체·과학·로보틱스·인공지능(AI) 팩토리 등을 협력 분야로 꼽았다. 특히 로보틱스 분야 투자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한국이 원한다면 서울에서 GTC를 열겠다”고도 했다.

황 CEO는 GTC 타이베이 기조연설에서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의 양산 돌입을 발표했다. 베라 루빈에 마이크론·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7세대 제품인 HBM4E가 탑재된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조연설 현장을 참관한 뒤 황 CEO와 별도로 만나 AI 인프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황 CEO는 1963년 대만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했다. 열다섯살 무렵 패밀리 레스토랑 ‘데니스’에서 일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현재도 자신의 링크드인 프로필에 78∼83년 데니스 근무 이력을 남겨두고 있다. 그는 오리건주립대에서 전기공학 학사, 스탠퍼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LSI 로직과 AMD에서 반도체를 설계했다. 이후 93년 동료 2명과 함께 자본금 4만달러로 엔비디아를 창업했으며, 99년 세계 최초의 그래픽처리장치(GPU)로 불리는 ‘지포스256’을 출시했다. 검은 가죽 재킷을 즐겨 입는 그는 창업 후 30여년간 CEO를 맡고 있다.

엔비디아와 한국의 협력은 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 CEO는 96년 한국으로부터 초고속 인터넷 보급과 비디오 게임 ‘게임 올림픽’ 구상이 담긴 편지를 받은 것이 한국과의 최초 협력 계기였다고 여러 차례 밝혔었다. 지난해 방한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를 두고 “제 아버지(이건희 삼성 선대회장)가 보낸 편지”라고 언급했었다. 초기 지포스 그래픽카드에는 삼성전자의 D램이 탑재됐다.

현재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HBM은 한국 기업이 주로 공급한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엔비디아 A100에 채택된 뒤 핵심 공급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시장조사기관 집계 기준 지난해 HBM 시장의 약 60%를 점유해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한때 엔비디아의 품질 인증을 통과하지 못해 점유율이 하락했으나 올해 12단 HBM3E 인증을 통과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율주행·로보틱스 분야에서, 네이버클라우드 및 LG그룹은 한국형 대규모언어모델(LLM)과 소버린(주권) AI 인프라 분야에서 각각 엔비디아와 협력하고 있다.

황 CEO는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참석차 약 15년 만에 방한했었다. 당시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이재용,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난 이른바 ‘깐부 치맥 회동’이 화제가 됐고, 이튿날 그는 이재명 대통령을 접견했다. 당시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삼성·SK·현대차·네이버에 차세대 GPU 약 26만장 이상 우선 배정하는 계획을 공개했으며, 이후 정부와 기업이 참여하는 실무 협의단이 발족했다.

황 CEO가 최근 피지컬(Physical) AI를 강조한다. 자동차·로봇·공장·물류가 AI로 작동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반도체·자동차·배터리·로봇 산업을 두루 갖춘 한국을 핵심 협력 대상으로 보고 있으며, 반도체 위탁생산 거점인 대만과 메모리 거점인 한국을 함께 관리하며 AI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한국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AI 반도체 랠리와 연결 짓는 분석이 우세하다. 코스피는 올해 초 4300선에서 시작해 지난달 들어 8000선을 돌파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추진된 상법·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 보호가 개선·강화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 기대가 커진 가운데 엔비디아와의 AI 반도체 협력이 기업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다만 특정 기업과 공급망에 대한 의존이 커지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엔비디아 생태계의 핵심 제조거점이라는 데 이견이 없으나, 엔비디아 옴니버스 플랫폼 도입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지 락인(lock-in) 효과로 작용할지를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GPU 배정 계획과 HBM 공급물량 역시 확정된 계약이 아니라 협력 방향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훈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 협력연구위원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선임 사외이사, 금융감독원 옴부즈만, 유가증권(KOSPI) 시장위원, UN SDGs 협회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