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억 세탁’ 대포통장 조직 공소시효 앞 무더기 재판행
보이스피싱에 악용된 대포통장 유통조직의 하위 자금 세탁책들이 공소시효 만료 직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창원지검 진주지청 형사2부(최성규 부장검사)는 유령법인을 설립한 뒤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범죄 조직에 대여하고 자금을 세탁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상법 위반 등)로 자금세탁책 A 씨 등 19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이와 함께 이들이 범행 창구로 이용한 불법 유령법인 29개에 대해 부산지법, 창원지법 진주지원 등 전국 7개 법원에 해산명령을 청구했다.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보이스피싱 피해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던 중 창원과 진주, 산청 등 경남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대포통장 유통조직을 적발하면서 시작됐다. 국내 총책 등 상선들은 서울중앙지검에서 구속기소됐으며, 경남에 연고를 둔 하위 자금세탁책 19명은 지난 2월 초 진주지청으로 이송됐다. 이들이 유령법인 명의 계좌로 세탁한 보이스피싱 피해금 등 불법 자금 규모는 약 96억 원에 달한다.
사건을 넘겨받을 당시 일부 범행의 공소시효가 5월 6일부터 순차적으로 만료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진주지청은 공소시효가 불과 3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시효 만료 전인 지난 4월 27일 피고인 전원을 재판에 회부했다.
이들은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모집책들로부터 “유령법인 명의 계좌를 넘겨주면 매월 200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자본금 납입을 가장해 법인을 허위 등기한 후, 대포통장과 휴대전화를 넘겨 자금을 세탁해 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계좌 대여 대가로 취득한 범죄수익금에 대해 법원에 추징 구형을 마쳤다.
검찰은 기소에 그치지 않고 법인등기부등본과 기업정보, 거래내역 등을 역추적해 실제 사업 활동 없이 범죄 인프라로만 기능하던 유령법인 29개를 최종 선별해 냈다. 이들 법인의 본점 소재지가 전국에 분산돼 필수 절차를 신속히 밟은 뒤 지난 5월 28일 관할 법원들에 해산명령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령법인이나 사업 중지 후 제3자에게 판매되는 이른바 ‘선반회사(Shelf Company)’는 민생 범죄단체의 핵심 인프라”라며 “불법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을 철저히 발굴·퇴출해 법인 명의를 이용한 추가 범행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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