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이름 없이 ‘1,2,3번’…한화에어로 대표 “처벌 달게 받겠다”

이혜영 기자 2026. 6. 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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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참여 속 합동감식 종료…폭발 원인규명 절차 본격화
한화에어로 측 “수십년 된 타성·관성에 젖어…깊게 반성”
사망자 시신 훼손 심해 신원 확인 지연…마무리 되면 빈소 마련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6월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 연합뉴스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 현장의 합동감식이 종료됐다. 경찰은 감식 내용을 토대로 본격적인 폭발 원인규명 절차에 착수했다. 시신 훼손으로 신원확인 절차가 지연되면서 사망자들의 빈소가 마련되지 못한 가운데 사측은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전경찰청은 2일 오전 10시께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등 5 관계기관과 6시간40분에 걸쳐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34명의 인력이 투입됐고, 사고로 목숨을 잃은 직원들의 유가족도 현장 감식에 참여했다.

경찰은 이날 화재 현장 상태를 확인하고 발화부 추정 지점을 조사했다. 감식단은 무너져 내린 벽 일부와 가림막 철골 등을 중장비로 제거한 뒤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지점을 확인했다. 현장에 인화물질이 있었는지 여부는 폭발 영향으로 인해 육안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경찰은 발화 추정 지점에서 수거한 잔해물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정밀 감식을 벌일 방침이다.

사고 당시 건물 내부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외부 CCTV를 확보해 분석할 방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근로자 개인정보보호 동의를 다 받지 못한 상태라 내부 CCTV 설치를 보류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폭발로 일부 파손됐지만 현재 건물의 붕괴 위험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사망자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유가족과 사망자의 DNA를 국과수에 분석 의뢰했다. 이날 오후에는 부검도 진행됐다. 

유승식 대전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인화 물질 여부 등은 수집한 증거물의 정밀 감정이 끝나봐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망자 신원확인은 국과수 회신이 오는 대로 공지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합동 감식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전날 경상으로 병원 치료 후 복귀했던 주임 A씨와 사고 당일 휴무였던 B씨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당초 세척공실 작업팀은 8명으로 구성됐는데 A씨가 팀의 안전 관련 정비 등을 관리하고 있었고, B씨는 숨진 2명의 계약직 직원과 같이 입사했던 새내기 사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사고 당시 상황과 전반적인 세척공실 업무 내용, 세척제 성분, 안전 지침 마련 유무·준수 여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한화 측으로부터 사고 원인과 안전 관리 실태 규명에 필요한 자료를 임의제출 형태로 일부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에 필요한 만큼 참고인 조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넓은 범위에서 진행하고, 수사에 필요한 자료 역시 계속해서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폭발 사고는 전날 오전 10시59분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내 56동 세척공실에서 발생했다. 발사체 등 추진체를 만드는 도구에 묻은 화약을 세척하는 작업 도중 원인 미상의 폭발이 일어나면서 근로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6월1일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정문 앞에서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가운데)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만큼의 안전한 작업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던 점을 인정했다.

가재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장은 이날 대전 유성구청에서 열린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타성과 관성에 젖어 기존 작업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수십 년 된 관행들을 따라 이행했던 게 실패의 원인이 아니었나 싶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날 브리핑에서는 폭발이 발생한 세척 작업에 대해 "평소 위험한 작업으로는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고 밝혔지만, 노동조합 등 안팎의 비판이 이어지자 몸을 낮춘 것으로 해석된다.

가 사업장장은 "덜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지 위험하지 않다고 말씀드린 것은 아니다"면서 "좀 더 세심하게 살폈어야 했는데 살피지 못해 깊게 반성하고 있다"고 거듭 사과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5월 충전공실에서 로켓 추진 용기에 고체 연료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폭발 사고가 나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고, 2019년 2월에도 폭발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3명이 사망했다. 

2018·2019년 연쇄 폭발사고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총 568건의 법 위반 사항을 지적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79건이 사법처리되고, 3억8000만원가량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피해 본 동료와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큰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께도 사죄드리며, 대표이사로서 어떤 책임과 처벌도 달게 받겠다"며 다시 한번 머리를 숙였다.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 현장으로 6월2일 경찰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50대 2명, 30대 1명, 20대 2명 사망…신원확인 지연

폭발 사고로 숨진 5명의 신원 확인은 이르면 3일 오전 중으로 마무리 될 전망이다.

사고 직후 구조 당국은 현장에서 수습된 사망자 시신을 유성구의 유성선병원(3구)과 중구에 있는 충남대병원(2구)에 각각 안치했다.

시신 훼손이 심해 신원 확인 절차가 지연되면서 두 곳의 장례식장 빈소 현황판에는 고인의 이름 대신 '1번' '2번' '3번' 등 임시 번호나 '미상'으로 적힌 상태다. 

경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측은 합동브리핑에서 50대 2명, 30대 1명, 20대 2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 중 20대 2명은 올해 2월 말 입사한 비정규직 근로자라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측은 "20대 2명은 2월26일에 입사한 직원들이고, 50대 두 분은 여러 공실을 돌며 다양한 화약류를 취급해 왔다"고 설명했다.

유족들은 병원 인근 또는 회사 측에서 제공한 모처에서 신원 확인 절차를 기다리며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신원은 빠르면 내일(3일) 오전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상자 치료도 진행 중이다. 전신에 2∼3도 화상을 입은 20대 중상자는 전날 오전 대전의 한 화상 전문 병원으로 옮겨진 뒤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입원 직후부터 몇차례 긴급 수술을 받은 부상자는 상태가 위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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