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상 나이 말고 ‘진짜 내 몸 나이’ 재는 시계 나왔다[후암동 논문 연구소]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2/ned/20260602211119059akvw.jpg)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같은 나이라도 어떤 사람은 10년은 젊어 보이고, 어떤 사람은 또래보다 훨씬 노화가 진행된 것처럼 보인다. 주민등록표에 적힌 나이와 세포가 실제로 받아들인 몸 나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실제 몸이 얼마나 빨리 늙고 있는지, 사망 위험과 노화 상태를 측정하는 몸 나이 시계가 개발됐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은 포유류의 25개 이상 조직에서 측정한 유전자 활동 데이터 1만1000건 이상을 통합 분석해 노화 속도와 사망 위험을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변화가 종을 넘어 공통적으로 관찰됐다.
노화 경로를 추적한다
기존에도 몸 나이를 재는 시계는 존재했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DNA에 붙는 화학적 표지 패턴을 읽는 시계다. 나이가 들수록 이 표지가 쌓이는 패턴을 역추적하는 방식이다.
예측 정확도는 높지만 어떤 생물학적 원인과 경로가 노화를 이끄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선택한 방법은 달랐다. DNA 표지 대신 유전자 활동, 즉 세포 안에서 어떤 유전자가 언제 얼마나 켜져 있는지를 직접 측정했다. 유전자는 기능이 비교적 잘 알려져 어떤 경로가 노화와 연결되는지 훨씬 구체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 다만 유전자 활동은 스트레스·감염·운동·하루 중 시간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 불안정성을 어마어마한 데이터양으로 극복했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수명 연장 물질 검증 프로그램에 등록된 쥐들이 출발점이었다.
면역억제제, 당뇨 치료제 등 실제로 수명에 유익하거나 해로운 효과를 보인 20개의 약물·처치 등을 사용한 쥐의 장기에서 유전자 활동 데이터를 뽑았다. 여기에 생쥐 3500여 건, 원숭이 2600여 건, 사람 4000여 건을 더해 총 1만1000건 이상을 통합했다.
![기존 수명 데이터(X축·가로)와 연구팀의 새로운 노화 시계 시스템이 예측한 수명(Y축·세로)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보여주는 그래프. 수많은 변수를 투입했음에도 완벽한 대각선으로 일치해 이번에 개발된 ‘몸 나이 시계’의 예측 정확도가 매우 정밀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2/ned/20260602211119286eken.png)
이렇게 완성한 시계는 생쥐의 몸 나이를 오차 2.1개월 수준으로 예측했다. 학습에 사용하지 않은 다른 포유류 종에 적용했을 때도 높은 정확도가 유지됐다. 포유류라면 어디서든 노화의 패턴이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뜻이다.
젊은 피 수혈받은 늙은 쥐, 노화 시계가 거꾸로 돌았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시계를 만든 것 자체보다, 실제 노화를 되돌리는 처치에 이 시계가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데 있다. 기존 나이 예측 시계들은 수명을 단축하는 질병은 잘 잡아냈지만, 수명을 연장하는 처치에는 잘 반응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늙은 쥐와 젊은 쥐의 혈관을 연결해 혈액을 3개월 동안 공유하게 했다. 그러자 젊은 피를 받은 늙은 쥐의 사망률 시계 수치가 유의미하게 낮아지며 세포 수준에서 회춘하는 모습을 보였다. 혈관 연결을 끊고 2개월이 지난 뒤에도 이 효과는 유지됐다.
반대로 늙은 피를 공유한 젊은 쥐는 실험하는 동안 노화 수치가 일시적으로 올라갔다가 분리 후 원래대로 돌아왔다. 음식을 적게 먹이는 칼로리 제한을 했을 때도 노화 시계 수치는 낮아졌다.
영국인 5만 명 통해 증명…나이와 사망 위험은 별개
![실제 나이(X축·가로)와 연구팀이 개발한 유전자 기반의 사망 위험도(Y축·세로)를 비교한 그래프. 나이가 들수록 전반적인 위험도는 올라가지만, 같은 나이(동일한 X축 선상)의 동물이라도 몸속 사망 위험 점수는 위아래로 크게 차이가 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2/ned/20260602211119488pjoc.png)
연구팀은 동물 실험 결과를 사람에게서도 검증했다.
영국에서 50만 명 이상을 장기 추적하는 의료 데이터베이스에서 5만 명 이상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쥐 실험에서 젊은 피 수혈이나 소식을 했을 때 공통으로 낮아졌던 핵심 단백질들이 사람의 혈액에서도 똑같이 작동하고 있었다.
나이와 성별을 바로잡은 뒤에도 이 단백질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전체 사망률이 높았다.
여기서 연구팀은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나이를 가장 정확하게 맞히는 시계와 실제 사망 시점을 가장 잘 예측하는 시계가 서로 달랐다는 점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노화의 속도와 실제 죽음과 가까워지는 속도는 몸속에서 서로 다른 신호를 따른다는 뜻이다.
부위별 노화, 치료나 식습관에 따라 달랐다
연구팀은 노화를 단순하게 보지 않고 색다른 분석도 시도했다.
유전자끼리 연관된 것들을 묶어 만성 염증, 세포 에너지 공장(미토콘드리아) 기능, DNA 구조 변화 등 28개 영역별로 별도의 시계를 달았다.
부위별로 시계를 돌리자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암이나 당뇨 같은 만성 질환은 주로 ‘염증 시계’를 빠르게 돌린 반면, 적게 먹는 것은 ‘에너지 대사 시계’를 집중적으로 젊어지게 만들었다. 치료나 식습관에 따라 젊어지거나 늙는 부위가 제각각 달랐던 셈이다.
다만 연구팀은 유전자 활동은 스트레스나 당일 컨디션에 따라 쉽게 변하기 때문에 아직까진 검사의 안정성이 낮다고 한계를 밝혔다. 또 유전자 변화가 노화의 원인인지 아니면 노화로 인한 결과물인지 아직 불분명하다.
DOI : 10.1038/s41586-026-10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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