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댄서 꿈, 고무장갑 끼고 이뤘네요”

광주일보 2026. 6. 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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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실 춤꾼’으로 인기 ‘경원총각’ 박경원씨
앞치마 댄스 영상 조회수 수백만…아이돌 뮤비 출연도
무신사 협업·타이거즈 응원…퇴사 후 댄스 강사로 활동
‘경원총각’ 박경원씨가 무신사와 협업해 촬영한 릴스에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쳐>

하얀 조리모에 빨간 고무장갑, 파란 위생 앞치마를 한 청년이 급식실 한가운데서 아이돌 못지않은 춤솜씨를 선보인다.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몸짓 속에 숨겨진 탄탄한 춤 실력이 담긴 16초 분량의 릴스 영상은 조회수 648만 회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인스타그램에서 급식실 춤꾼으로 화제를 모은 ‘경원총각’ 박경원(27) 씨는 법학을 전공한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춤을 좋아했던 그는 TV를 보며 독학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학창 시절에는 수학여행 장기자랑 무대를 도맡아 장식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춤을 전공하려 했지만, 부모님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꿈을 접어야 했다.

서울이 고향인 박 씨는 졸업 후 누나와 매형의 도움을 받아 식당을 개업하기 위해 지난해 광주행을 결정했다. 주방 일을 전혀 해본 적이 없던 그는 대량의 식재료를 다루고 다양한 조리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학교 급식실에서 일을 시작했다. 급식실 조리원으로 일하며 매일 전처리 작업과 청소, 재료 준비를 반복하던 그는 오랜 취미였던 춤추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일을 관두기 며칠 전에 함께 일하는 조리사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근무 복장으로 춤을 추는 영상을 촬영해 올렸어요. 춤은 늘 저에게 갈망의 존재였거든요.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고 싶었죠. 특이한 복장으로 춤추는 모습이 화제가 돼 순식간에 팔로워가 1만명이 됐어요. 이렇게 큰 관심을 받게 될 줄 몰랐어서 아직도 모든게 감사하고 꿈만 같아요.”

남자 아이돌 그룹 코르티스의 ‘GO’ 음악에 맞춰 급식실에서 춘 영상과 보이넥스트도어의 ‘똑똑똑’ 등 빠른 템포의 리듬에 몸을 맡긴 그의 영상은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커버 영상 외에도 경신여고 치어리딩부 학생들과 함께한 기아타이거즈 응원 릴스, 학생들과의 춤 배틀 영상 등을 촬영해 업로드하기도 했다.

그의 영상은 방탄소년단(BTS) RM, 있지(ITZY) 채령, 보이넥스트도어, 댄서 아이키 등의 샤라웃을 받았다.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 언차일드의 급식실 콘셉트 뮤직비디오에 출연했고 무신사나 엠엠엠 매거진 등과 협업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평소 누군가에게 “덕분에”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는 그는 높은 문턱에 걸려 꿈을 포기한 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얼마 전 서울에서 협업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비가 쏟아져 내렸어요. 그 빗속을 달리며 문득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비조차 축복처럼 느껴졌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않았기에 오히려 지치지 않고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현실 앞에서 꿈을 망설이는 분들께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간직하다 보면 언젠가 기적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현재는 급식실 일을 관두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케이팝을 가르치는 댄스 강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광주에 머물며 인스타그램 콘텐츠 제작에 집중할 계획이다.

박 씨는 “기회가 된다면 기아타이거즈 야구장에서 응원하는 영상을 촬영하거나 특이한 근무 복장을 하고 춤을 추는 사람들과 프로젝트 댄스팀을 꾸려 재미있는 영상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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