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에 울고 웃고” 상한가 갔다가 급락…현기증 날 정도 [투자360]

[헤럴드경제=송하준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을 앞두고 국내 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LG전자와 두산로보틱스가 상한가를 기록하고 네이버와 LG CNS도 두 자릿수 급등세를 보이는 등 시가총액 수십조원대 대형주들마저 코스닥 테마주처럼 움직이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 같은 급등세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가 구천피를 돌파했지만 상당수 종목이 하락하는 가운데 일부 종목에만 수급이 몰리는 극단적 쏠림 장세가 이어지면서 변동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증시에서는 ‘젠슨 황 수혜주’로 묶인 종목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LG전자는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30%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LG CNS는 26.27%, LG는 13.10% 급등했다. 네이버도 16.03% 올랐다. 두산로보틱스 역시 상한가를 기록했고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은 11.71% 상승 마감했다. 황 CEO가 주요 파트너로 언급한 SK텔레콤 역시 11.53% 뛰었다.
하루 만에 분위기는 급변했다. 전날 상한가를 기록했던 LG전자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 거래일 대비 4만4000원(11.56%) 내린 33만6500원에 거래됐다. 네이버 역시 2만2000원(8.10%) 내린 24만9500원에 거래됐다. LG CNS(-12.73%), LG(-17.19%), 두산(-11.39%) 등 전날 급등했던 종목들도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기대감에 따라 급등했던 대형주들이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대형주들마저 코스닥 테마주를 방불케 하는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후에선 다시 또 LG전자나 네이버 등 주요 종목이 재차 상승 전환하는 등 현기증 날 변동성을 보였다. 시가총액이 60조원을 웃도는 LG전자와 40조원대인 네이버가 하루 만에 두 자릿수 등락률을 기록하는 일은 흔치 않다.
시장에서는 황 CEO의 방한과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의 연쇄 회동 가능성이 관련주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오는 5일 방한해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등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두산 베어스 경기 시구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관련 종목들에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황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이른바 ‘깐부 회동’ 이후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가 강세를 보였던 경험도 투자자들의 기대를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젠슨 황’ 수혜주 급등률 [한국거래소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2/ned/20260602194156473qovt.png)
다만 시장에서는 최근 주가 흐름이 기대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신규 수주나 공급계약 등 구체적인 공시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엔비디아와의 협력 기대감만으로 대형주가 상한가와 두 자릿수 급등세를 기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장세에서 주목할 점은 대형주들의 폭발적인 상승 폭이다. 시가총액이 60조원을 웃도는 LG전자와 40조원대인 네이버의 몸집을 고려하면 최근 급등세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래 하루 만에 상한가를 기록하는 변동성은 코스닥 중소형주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형주들마저 특정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테마주를 방불케 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급등세와 달리 시장 전반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오히려 일부 대형주와 특정 테마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종목 간 차별화는 더욱 심화하는 모습이다. 시장 내부의 극심한 차별화는 각종 지표로도 확인된다.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68% 오른 8788.38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시장의 속사정은 달랐다. 코스피에서 상승한 종목은 179개에 그친 반면 하락 종목은 732개에 달했다. 코스닥은 상황이 더 극단적이었다. 상승 종목은 224개에 불과했지만 하락 종목은 1478개에 달했다.
ADR(상승 종목 수 대비 하락 종목 수 비율)은 코스피 47.94%, 코스닥 47.62%를 기록했다. 특히 코스피 ADR이 40%대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3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당시에는 코스피가 연초 2100선에서 1400선 중반까지 급락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었지만 현재는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는 지수와 투자자 체감 시장 간 괴리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구천피 시대에도 시장 내부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증시 상승을 이끄는 자금이 반도체·AI 관련 대형주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등에 집중되면서 종목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대형주가 상승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중소형주에도 온기가 확산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형주가 급등하는 반면 중소형주는 조정을 받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실적 기반이 약하고 금리 상승에 취약한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빠르게 냉각되면서 시장 내부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회동 소식이나 AI 협력 기대감이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는 있지만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지속성은 지켜봐야 한다”며 “기업 공시나 실적처럼 기업이 직접 제공하는 정보와 비교하면 영향의 지속성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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