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유권자 표 잃고 투표 지연까지… 선관위 “지원 절차 재점검”

최석환 기자 2026. 6. 2. 19:2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창원 사전투표소서 편의지원 규정 미숙지 사례 확인
경남선관위, 지역 선관위에 장애인 투표 지원 재안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한 장애인이 활동보조를 받아 투표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과정에서 장애인 유권자에 대한 투표 지원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선거관리당국이 현장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 보조인 동반 기표와 특수형 기표용구 사용법 등 장애인 참정권 보장과 직결된 내용을 투표소 담당자에게 다시 숙지시키겠다는 것이다. ▶ 2일 자 10면 보도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9~3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진해구 사전투표소에서 장애인 유권자 투표 지원 설명서를 제대로 익히지 못한 직원 문제로 일부 장애인 당사자들이 투표에 불편을 겪은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이어 도내 시군별 선관위에 장애인 투표 보조 절차 관련 재교육을 안내했다.

경남도선관위 선거과 담당자는 "장애인 투표 지원과 관련해서는 이미 안내서가 현장에 배부돼 있다"며 "이를 토대로 지원이 잘 될 수 있게 해달라고 지난 1일 오후 각 위원회에 전파했고, 2일 오전에도 다시 한번 안내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리관 대상 교육이 시군별로 진행되고 있다"며 "가족 동반 기표와 특수형 기표용구 지원 등 장애인 투표 지원 사항을 투표관리관과 선거사무원들이 다시 숙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전선거 당시 대응이 미비했던 부분을 점검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시각장애인이나 신체장애 등으로 스스로 기표가 어려운 선거인은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명 도움을 받아 투표할 수 있다. 또한, 현장에서는 손 사용이 어려운 유권자 대상 레일형 특수 기표용구 등 장애인 유권자용 투표 보조장비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선거마다 장애인 유권자 투표 지원 규정이나 보조장비 사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 혼선이 반복되고 있다. 앞서 창원지역 일부 사전투표소에서는 장애인 유권자들이 공직선거법에 따라 활동지원사 또는 가족과 함께 기표소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선거사무원들이 지원 규정을 몰라 동반 입장을 제지하는 일이 발생했다. 장애인 유권자들이 관련 규정을 직접 설명해야 했다. 이 때문에 투표가 일부 지연됐다.

특히 진해구 한 사전투표소에서는 투표 안내 미숙으로 장애인 유권자의 투표용지 일부가 사실상 무효 처리되는 일도 있었다. 레일형 특수 기표용구 사용법을 숙지하지 못한 선거사무원이 실제 투표용지를 기표용구에 끼운 채 기표소 밖에서 사용법을 설명하다가 벌어진 일이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 뇌병변장애인 이남권(40·창원시 의창구) 씨는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달 29일 창원시 진해구 이동사전투표소를 찾았다. 그는 손 떨림이 심해 장애인용 특수형 기표용구(레일 버튼형)를 요청했다. 그러나 투표소 직원들은 해당 기표용구 사용법을 잘 모르는 상태였다.

문제는 사용법을 알려주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안내 직원이 실제 투표용지를 기표용구에 끼운 채 버튼을 누르면서 설명하다가 기표란 바깥에 도장을 찍었다. 기표란 밖에 도장이 찍히더라도 기표소 안에서 지지 후보자 옆 기표란에 기표하면 유효표로 인정되지만, 이 씨는 관련 설명을 듣지 못했다. 결국 그는 투표용지가 이미 무효 처리됐다고 판단했다. 기표소에서 추가 기표를 하지 않았다.

이 씨는 "중증장애인은 투표 한 번 하러 가는 데 비장애인보다 두세 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고 어렵게 투표소를 찾았는데 안내 미숙으로 표를 잃었다고 생각하니 허무하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투표소 직원 대상으로 장애인 투표 지원 절차 교육이 더 세밀하게 이뤄졌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라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장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경선 진해장애인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사전투표 현장을 점검한 결과 일부 투표소에서 직원들이 장애인 투표 편의지원 제도를 잘 알지 못해 장애인 유권자가 불편을 겪었다"며 "본 투표에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투표사무원들이 장애인 편의지원 절차와 보조기기 사용법을 다시 한 번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형 기표용구 지원이나 투표보조인 지원 제도가 현장에서 즉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장애인도 다른 시민과 같은 유권자인 만큼 필요한 지원을 통해 참정권을 불편 없이 행사할 수 있는 투표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석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