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빈소는 언제쯤"…장례도 시작 못한 참사 유족들 [한화에어로 폭발사고]
중상자 입원 병원도 무거운 분위기…"동료로서 안타까운 마음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 폭발사고 발생 다음 날인 2일 오후 찾은 대전 유성선병원 장례식장. 장례식장 복도에는 조문객도, 근조화환도 보이지 않았다. 사고로 숨진 근로자 5명 가운데 3명의 시신이 병원 안치실에 임시 안치돼 있었지만, 아직 신원 확인이 끝나지 않아 장례 절차는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태였다. 폭발 충격이 워낙 커 육안 확인만으로는 신원 특정이 어려운 탓이었다.
유족들은 가족의 시신이 어느 병원에 안치돼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관계기관의 연락만 기다리며 장례식장과 사고 현장을 오갔다. 장례식장을 찾은 유족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초조해 했다.
한 사망자의 유족은 장례식장 관계자를 찾아 "혹시 빈소가 언제쯤 차려지는지 알 수 있느냐"고 물으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또 다른 한 유족은 "20년 넘게 일한 베테랑인데, 아침에 출근했다가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했다고 해 너무 황망하다"며 "몇 년 뒤 퇴직하면 한 살배기 손주를 보며 지내고 싶다고 할 정도로 아기를 좋아하고 정도 많았던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특히 희생자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망자 중 20대 직원 2명은 약 3개월 전 나란히 입사한 동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관계자는 "사망자 가운데 한 명은 20년 가까이 근무한 베테랑이었고, 50대 직원 2명도 여러 공실을 돌며 다양한 화약류를 취급해 온 숙련 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에는 고인들의 신원 확인을 위한 행정 절차도 시작됐다. 시신들은 장례식장 지하 주차장 통로를 통해 이송 차량에 태워져 대전과학수사연구소로 옮겨졌다. 운구차에 시신이 차례로 실리자 현장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시신 인계를 기다리던 한 운구차 운전자는 굳은 표정으로 차량 곁을 지켰다. 그는 "돌아가신 분들이 마지막 가시는 길만큼은 편안하고 좋은 곳으로 가실 수 있도록 모시는 게 제 일"이라며 "하지만 이번처럼 갑작스러운 참사로 황망하게 떠나신 분들을 마주할 때면 마음이 더 무겁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대형 참사 소식을 접한 기존 병원 환자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외래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송 모(58) 씨는 "뉴스로 폭발 사고 소식을 접하긴 했는데, 사망자들이 이곳에 안치돼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우리 아들 나이와 비슷한 근로자도 있던데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같은 시각 이번 사고로 전신에 화상을 입은 중상자가 치료를 받고 있는 대전화병원 역시 무거운 분위기였다. 병원 로비와 병동 주변에는 환자 가족과 회사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이들은 의료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경과를 기다렸다.
병원을 방문한 동료 직원은 "운전직이기 때문에 (폭발 사고 현장과는) 큰 관계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같은 회사 직원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며 "이런 마음은 직원들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대한적십자사가 파견한 재난심리상담 활동가들도 병원에 상주하며 가족 지원에 나섰다. 사고 직후 위중한 상태였던 부상자는 현재 수술이 가능한 수준까지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병원을 지키는 이들의 얼굴에서는 여전히 긴장감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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