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유진 초록우산 부산지역본부장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내 편’이라는 믿음입니다”
누군가의 응원이 아이들 꿈 키워
부산 출발 ‘아이리더’ 전국 확산
기부도 ‘동행’의 개념으로 변화

“굶는 아이는 줄었지만, ‘나는 어차피 안 된다’고 말하는 아이들은 늘고 있습니다.”
조유진 초록우산 부산지역본부장은 최근 현장에서 가장 자주 마주하는 아동 문제로 ‘무력감’을 꼽았다. SNS 속 타인의 삶과 자신을 비교하며 정서적으로 위축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생계 지원이 아니라 누군가는 자기 편이라는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2001년 초록우산 공채로 사회복지 현장에 들어온 조 본부장은 최근 재단 본부, 경남지역본부 등을 거쳐 올해 1월 부산지역본부장으로 취임했다. 5년 만의 부산 복귀다.
조 본부장은 “5년 만에 돌아와 보니 부산의 나눔 문화가 훨씬 커져 있었다”며 “고액 후원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 역시 20명가량에서 130명 규모로 늘었다”고 말했다. “아동 인구는 줄고 있지만, 태어난 아이만큼은 제대로 키워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현장에서 가장 자주 마주하는 문제로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가족돌봄아동’을 꼽았다. “특히 부산 원도심과 노후 주거지에서 가족돌봄아동 문제를 자주 접하는데, 자신의 어려움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견디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아이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 경험으로는 아동보호전문기관 근무 시절 만났던 네 남매 사례를 들었다. 부모의 도박 중독과 방임으로 위험에 놓인 아이들을 긴급 분리 보호했던 일이다. “갓 태어난 아이의 젖병에 곰팡이가 피어 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당시에는 야간 출동과 긴급 대응이 반복돼 몸도 마음도 힘들었어요. 하지만 최근 그 아이가 자립준비청년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고, 그때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 무력감을 느끼는 순간도 적지 않다고 했다. 조 본부장은 “분리 조치에 저항하던 부모가 막상 분리 이후에는 아이를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냈다가 재학대가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며 “지원금이 아이를 위해 쓰이지 못하는 현실을 볼 때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런 현장의 경험들은 단순 생계 지원만으로는 아이들의 삶을 바꾸기 어렵다는 고민으로 이어졌다. 초록우산은 재능 있는 아이들을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아이리더’ 사업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조 본부장은 “부산에서 시작된 아이리더 사업이 전국 대표 인재 양성 사업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한 학생이 생활고 때문에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고민하자, 지역 복지관이 후원자를 연결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운 게 아이리더 사업의 최초이다. 아이리더 출신 아이들이 기부자로 돌아오는 선순환도 이어지고 있다. “첫 월급을 모아 후원금을 보내온 아이도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응원을 받으며 자란 경험이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볼 때 큰 희망을 느낍니다.”
최근 기부 문화 변화에 대해서는 “단순 동정이나 일회성 후원이 아니라 가치관과 철학을 공유하는 ‘동행’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MZ세대 후원자들은 회계 공시와 사업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SNS를 통해 자신이 지지하는 가치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조 본부장은 달라진 기부 문화가 부산의 아동들을 위한 더 넓은 사회적 안전망으로 이어지길 기대했다.
“정 많은 부산만큼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도시가 없습니다.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든 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