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계 최고 수준’ 해저 탐사망 없앤다···과학계 “학술적 비극”

최경윤 기자 2026. 6. 2. 17: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르밍어해에 배치 준비 중인 주황색 수중 부표들. 해양 관측소 이니셔티브 홈페이지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연구비 삭감 압박 끝에 대서양과 태평양 일대에서 해양·기후 연구 활동에 활용되던 심해 관측망 철거 수순에 들어간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국립과학재단은 ‘해양 관측소 이니셔티브’(OOI)로 알려진 연구 네트워크의 해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2016년 출범한 OOI는 심해 탐사 장비를 통해 해양·기후 관련 데이터를 25년간 수집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니셔티브를 이끈 해양 기상학자 짐 에드슨은 이 시스템을 두고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상시 가동되는 해양 관측 시스템”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오리건·워싱턴·알래스카·노스캐롤라이나주 연안과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사이 이르밍어해에 있는 900개 이상의 탐사 장비가 이달부터 제거된다. 장비 제거에는 약 15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오리건주 인근 해저 활화산 주변에 설치된 지진계는 2028년까지 계속 가동될 예정이다.

해당 장비들은 바다가 대기 중 온실가스를 어떻게 흡수하는지, 수온 변화가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고 기후변화 및 미 동부 해안 지역의 연안 침수를 어떻게 경고하는지 등을 연구하는 데 활용돼왔다. 해저 수천 피트 아래에 설치된 관측 장비는 심해의 높은 수압과 부식 위험, 해양 생물에 의한 오염을 이겨내도록 설계됐다. 장비 주변에 배치된 원격 조종 로봇과 글라이더는 정보를 수집해 연구실로 데이터를 전송해왔다.

특히 이르밍어해에 설치된 관측소는 지구의 해류 순환 시스템인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의 변화를 관측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이 시스템은 따뜻한 바닷물을 북쪽으로 운반하고, 차가워진 바닷물은 다시 남쪽으로 보내는 지구의 거대한 ‘해양 컨베이어 벨트’와 같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해류 순환 구조가 붕괴할 경우 심각한 기상 이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대서양과 태평양 인근에서 운영되고 있는 ‘해양 관측소 이니셔티브’(OOI) 시설. OOI 홈페이지 갈무리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 해양대기청에서 ‘수석과학자 직무대행‘을 지낸 크레이크 맥린은 이번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 행정부가 과학의 가치와 이점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단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며 “이번 해체는 미국을 다시 한번 글로벌 과학 기술 리더십의 뒷좌석으로 밀어내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연구 네트워크 운영에 드는 연간 약 4800만달러(약 729억원)의 비용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후 해당 예산의 80%를 삭감하려 시도했으나, 미 의회가 두 차례 예산을 복구시키며 제동을 건 바 있다. 예산 삭감 압박이 커진 이후 연구자들은 데이터 수집량 감소를 감수하면서 일부 장비의 전원을 끄고 운영을 이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는 단순한 장비 철거 이상의 학술적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이르밍어해 관측 장비에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바다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흡수를 연구해 온 힐러리 팔레브스키 보스턴 칼리지 교수는 “진짜 비극 중 하나는 이 장소(이르밍어해)에서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자체가 거대한 공학적 도전이었단 점”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그곳에는 사라질 위험이 있는 수많은 전문 지식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