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삼전CC 20억 전세 문의"…강남 입성 노리는 '반도체머니'

이화랑 기자 2026. 6. 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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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성과급·주식 차익실현·사내대출 유동성 '대거 이동'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수억원대 성과급과 저금리 사내대출이 부동산 유동성을 증가시키면서 상급지로 갈아타기가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은 잠실 르엘 단지 전경. /사진=이화랑 기자
"얼마 전 삼성전자에 다니는 30대 부부가 전세 문의를 했어요. 대출 규제가 있다 보니 곧바로 매수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겠지만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서울 송파구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매수보다 전세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있다"면서 "잠실 대장 아파트 르엘의 경우 전용 84㎡ 실거래가가 40억원대다 보니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직원들도 바로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의 성과급 규모가 수억원대 예상되면서 부동산 매수시장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경기 동탄·분당·판교신도시 등 반도체 벨트에선 30·40대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매수 러시가 일어났고 서울 강남으로 이동하려는 실수요자도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반도체 호황이 불러온 자금력이 서울 강남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현장에서는 매수보다 전세를 통해 강남 진입을 준비하는 수요가 감지되고 있다. 사진은 잠실역 일대 전경. /사진=이화랑 기자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하나인 잠실역 일대도 반도체 종사자들이 선호하는 '셔(셔틀버스)세권'으로 꼽힌다. 셔세권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직원들의 통근 셔틀버스 정류장 인근 아파트를 뜻하는 신조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셔틀 노선은 강남구보다 송파구에 두 배가량 많이 배치돼 있다. 2018년 입주한 헬리오시티(9510가구)는 대표 셔세권이다.

다만 아직까진 고가 아파트 매수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니라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잠실역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도 "향후 유입 가능성은 있다고 예상한다"면서 "현재까지 거래량 변화는 크지 않고 최근 들어 전세 대기 수요가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진입 장벽 여전해도 갈아타기 수요 대기


더 좋은 입지로 갈아타려는 실수요자는 지속해서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입주한 잠실 르엘(1865가구) 인근의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셔틀버스 정류장과 가까운 동의 전세나 월세를 알아보는 경우가 있었다"며 "성과급과 사내대출을 활용하면 전세 진입은 충분히 가능해진다"고 분석했다.

올해 삼성전자의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은 영업이익 전망치(300조원)를 기준으로 31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device solution)부문 임직원의 성과급은 1인당 최대 6억원(세전 연봉 1억원 기준)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 전망치가 200조원이 넘으면서 단순 계산 시 1인당 평균 6억원대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연 1.5% 금리로 최대 5억원을 빌릴 수 있는 사내주택안정대출제도를 도입했다. SK하이닉스 노조 역시 비슷한 수준의 대출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예상되면서 이른바 '반도체 머니'의 향방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은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단지 전경. /사진=이화랑 기자
세후 성과급과 사내대출을 합치면 10억원 안팎의 현금 확보가 가능해진 셈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사업부 임직원 부부일 경우에는 가용 자금이 두 배 된다. 부동산 업계는 이러한 유동성 증가가 강남 부동산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다주택자 대출·세금 규제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해지며 상급지 이동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와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일대에서는 실거래가 상승 사례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 머니가 서울 집값을 높일 정도의 영향력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 인근 D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잠실 대장 단지를 매수할 경우 최소 10억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화랑 기자 hrlee@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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