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달부터 대외투자 신규 규정 시행···제재 보복 구체화·AI 기술 유출 차단

중국이 다음 달 1일부터 기술 유출을 차단하고 외국의 대중국 제재에 보복 수단을 구체화한 대외투자 신규 규정을 시행한다.
1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이날 34개 조문으로 구성된 ‘대외투자 규정’을 공포했다. 국무원 규정은 법률의 하위 규범인 행정법규로 한국의 대통령령과 유사하지만, 제정·집행 범위가 더 넓다.
대외투자 규정은 중국 내 투자자(기업·조직·개인)를 대상으로 외국 기업이나 자산의 소유권·경영권 등을 취득하는 해외 투자에 대해 규율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투자 촉진과 투자자 보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첨단기술의 해외 유출을 차단하고 외국 제재에 대한 보복 수단을 구체화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규정의 13조는 국가가 금지하거나 제한한 품목의 기술·서비스·데이터를 해외로 이전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면서 기술자 해외 파견·현지 교육·원격 기술지도까지 기술이전으로 간주해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WSJ은 이 조항이 중국 인공지능(AI) 엔지니어의 해외 취업을 제한하는 최초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스샤오리 중국정법대 세계무역기구(WTO)법연구센터 주임은 글로벌타임스에 “메타가 중국 AI 스타트업 마누스를 인수하려 했을 때처럼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겨 미국 자금을 받는 이른바 ‘싱가포르 세탁’ 전략이 이 조항으로 불법화된다”고 밝혔다.
외국의 제재에 보복하는 수단도 마련됐다. 24조는 외국 정부나 국제기구가 중국 투자자에 차별적 조치를 하면 중국 당국이 해당 조치에 관여한 조직·개인을 제재 리스트에 올리고 중국 내 투자 금지·수출입 금지·입국 금지 등을 부과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25조는 제재에 따라 중국 기업과의 정상적인 거래를 중단하는 등의 차별적 조치를 할 경우 중국 내 수출, 투자, 인력 반입, 운송, 취업, 거주 등이 금지·제한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예컨대 미국의 고성능 반도체 등에 대한 중국 수출통제를 따른 기업이나 개인 역시 보복 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법무부·국가발전개혁위원회·상무부는 공동 설명자료에서 “방어적·보호적 조치”라고 강조했으나, WSJ은 사실상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제재에 대응하는 중국판 경제 보복 도구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15조에서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해외투자를 할 때 안보 심사를 받도록 처음 규정됐다. 조직과 개인은 심사에 협조해야 하고 이를 거부할 수 없으며, 심사 결정을 준수하도록 의무화됐다. 32조에서는 홍콩·마카오뿐 아니라 대만에 대한 투자도 이 규정이 적용된다고 명시됐다.
헨리 가오 싱가포르경영대 교수는 WSJ에 “자본 유출 억제와 중국 기업·투자자를 미국과의 전략 경쟁 도구로 포섭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량카이인 닝보대 법학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기존에는 대외투자 권익 보호와 상호주의적 반격이 산발적이고 제도화된 틀이 없었으나, 이번 규정으로 통합 법체계가 구축됐다”고 말했다.
중국 학계에선 구체적인 수출 제한 대상 기술을 선정하는 연구도 진행됐다.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과학원은 지난 3월 미국의 수출통제 방법론을 역설계해 위성 양자암호통신·전자식 사출 장치·소형 AI 등 중국이 제한해야 할 기술 63개를 도출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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