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파춥스님’ 극락왕생 하소서…생전 30억 기부하고 ‘보리’ 곁으로

송경화 기자 2026. 6. 2. 16:0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월남전 참전’ 연금 매달 200만원씩
50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
교육방송(EBS) 유튜브 갈무리

반려견이 머리를 핥는 모습에 ‘츄파춥스님’이란 애칭으로 불린 강원 영월군 법흥사 주지 삼보스님이 원적했다. 삼보스님은 인재 양성에 써달라며 전 재산 30억원을 기부하는 등 무소유 정신을 실천해 온 바 있다.

2일 불교계에 따르면 삼보스님은 지난달 27일 법납(출가수행 햇수) 61년, 세수 76살로 원적했다.

스님은 16살이던 1966년 강원 평창군 월정사를 찾았다가 스승인 탄허스님의 가르침을 받고 출가했다. 이후 월정사 주지와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 등을 맡았고, 2024년 11월 대한불교조계종 최고 법계인 대종사에 올랐다.

교육방송(EBS) 유튜브 갈무리
교육방송(EBS) 유튜브 갈무리

스님의 삶은 역사 한복판을 관통해 왔다.

스님은 1970년 20살에 해병대원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지뢰를 밟아 다리에 큰 부상을 입고 제대해 이후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1980년에는 전두환 신군부의 ‘10·27 법난’으로 다른 스님들과 함께 삼청교육대에 강제 입소되는 등의 고초를 겪기도 했다. 2005년 8월 관련 증언 보고회에서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할복했다. 이명박 정권 때인 2008년 8월엔 ‘이명박 정권은 불교 탄압 중단하라’는 혈서를 쓴 뒤 할복한 일도 있었다.

교육방숭(EBS) 유튜브 갈무리

스님은 월남전 참전으로 받은 연금을 50년 동안 매달 약 200만원씩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다. 이후 2020년 30억원의 사재를 인재 양성에 써달라며 기부했다. 스님은 그해 5월16일 월정사에서 열린 은사 탄허대종사 원적 37주기 추모다례재에서 기금을 전달하면서 “16살에 여름방학 때 오대산에 갔다가 출가한 이후 인재양성보다 중요한 불사가 없다는 스승의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살았다”고 말했다. 이어 “절 집안뿐 아니라 사회에서 어려워서 공부를 못하는 청소년들도 희망을 잃지 않고 뜻을 세우도록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스님은 2020년 1월 교육방송(EBS) ‘한국기행’에 출연해 대중에게도 친숙하다. 방송에서 스님은 반려견 ‘보리’와 함께 산을 걸으며 따뜻한 일상을 공유했다. 특히 보리가 스님의 민머리를 사탕처럼 핥는 장면이 화제가 되며 ‘츄파춥스님’이란 별명이 생겼다. 보리는 2024년 3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스님은 2025년 6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보리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리의 무덤 옆에 의자를 하나 놓아둔 스님은 산책 전후로 이곳에 앉아 “보리야. 너하고 다니던 등산 다녀온다. 내려와서(는) 잘 다녀왔다(고 말한다)”고 했다.

스님의 원적 소식이 전해진 뒤 누리꾼들은 교육방송 유튜브 채널 관련 영상에 댓글을 달며 추모했다. 누리꾼들은 “스님, 극락왕생하세요. 이미 보리를 만나셨겠죠?”, “부디 보리와 함께 천상계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시길”, “츄파춥스님! 극락왕생하소서” 등의 인사를 남겼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