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교보·한화도 참전…KDB생명 M&A發 영토전쟁
생명보험 빅3 합류 이례적 평가
KDB생명 실적·건전성 지표 개선

KDB생명 매각 예비입찰에 삼성·교보·한화 등 생보업계 '빅3'를 포함한 5곳이 참여하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의 자본확충 지원 가능성과 KDB생명의 실적·건전성 개선이 맞물리며 인수전 성사 여부와 향후 보험업계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이 주관하는 KDB생명 매각 예비입찰에 한국투자금융지주, 태광그룹과 함께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5개사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5개사 외에도 추가로 인수전에 참여한 후보가 더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 등 생보업계 빅3가 모두 인수전에 참여한 점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KDB생명은 산업은행이 2014년 이후 총 여섯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된 매물로 평가받아 왔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매각 과정에서 자본확충 협의 가능성을 열어둔 점이 이번 흥행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산업은행은 예비입찰 참여 업체를 대상으로 숏리스트를 선정한 뒤 실사를 진행하고 이르면 오는 8월 본입찰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은 이미 오랜 기간 매물로 거론돼 온 회사로 업계에서 낯선 자산은 아니다"라며 "최근 산업은행이 매각 여건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KDB생명은 최근 실적과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면서 매물 가치가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병철 대표 취임 이후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 결과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은 278억34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7억900만원 대비 약 928% 증가한 수준이다. KDB생명은 올해 생명보험 CSM(보험계약마진) 규모를 64조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건전성도 개선됐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약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본 확충에 나섰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지급여력(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후 186.10%를 기록해 전년 동기 163.95% 대비 22.15%p(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의 경우 KDB생명을 인수할 경우 자산 규모 순위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분기 기준 총자산은 교보생명이 128조482억원, 한화생명이 124조177억원으로 약 4조원 차이를 보이고 있다. KDB생명 자산 규모는 올해 1분기 기준 16조5576억원이다. 자산을 단순 합산할 경우 인수 주체에 따라 양사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어 업계 순위 구도에도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같은 생명보험사 간 인수의 경우 상품, 자산운용, 계약관리 등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회계기준 변화로 기본자본 비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자는 단순 자산 규모뿐 아니라 자본 구조까지 함께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매수자의 상황에 따라 보완적 시너지인지 단순 확장 전략인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참여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 총자산이 328조8702억원으로 업계 1위 사업자다. 자산 규모 측면에서 KDB생명 인수 필요성이 크지 않음에도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단순 외형 확대보다 영업 기반 확보와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측면에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초과자본을 활용한 보험·자산운용 분야 M&A와 신사업 투자 가능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KDB생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전속 설계사 조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등록 설계사는 총 789명이며 이 가운데 전속 설계사가 721명, 교차모집 설계사가 68명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은 전속 설계사 조직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영업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수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영업력 강화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삼성화재가 최근 본업과 병행해 활동할 수 있는 이른바 'N잡러' 전용 설계사 조직을 신설하며 영업채널 확대에 나선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상품 경쟁력도 강점으로 거론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의 경우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중심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제3보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특히 보증형 연금 등 연금 상품 부문에서는 경쟁력이 있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생보사는 장기채 중심의 자산운용 체계가 구축돼 있어 중장기 투자에 적합한 데다 신규 라이선스 취득이 쉽지 않아 기존 사업자 인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다만 실제 인수 성사 여부는 인수 후보별 전략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기본자본 규제 강화 등 회계·건전성 제도 변화가 진행되고 있어 단순 자산 확대보다 자본 구조와 시너지 효과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M&A(인수합병)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흐름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도 "다만 실제로 인수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종의 '가능성 점검' 차원의 접근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매각 의지가 강한 만큼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유연한 구조로 추진하고 있다"며 "실제로 인수 의지가 강한 소수 후보가 끝까지 참여해 거래를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진실 기자 truth@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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